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O Oct 26. 2021

엄마도 공부를 한다

유튜브에는 흥미 위주의 컨텐츠부터 유용한 컨텐츠까지 많은 볼거리들이 있다. 그 중에 드라마와 만화로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채널을 발견하고 어느 날 문득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일하면서 영어를 사용하긴 하지만 주로 이메일을 읽고 쓰는 정도였고 영어 사전과 번역기를 총동원하면 그렇게 큰 문제가 발생하진 않았다. 하지만 영어로 통화라도 해야 할 때, 또는 실제로 영어를 말하고 들어야 하는 자리에 서면 부족한 영어 실력 때문에 얼마나 위축되었던가! 영어 학원 갈 시간도 없고, 별도로 시간을 내서 공부할 상황도 안 됐는데, 유튜브 컨텐츠를 보면서 두어 문장 연습하는 것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핵심 문장을 따라 읽고, 나름 노트까지 마련하여 문장도 썼다. (얼마 만의 필기인가!)  


유튜브를 틀어놓고 영어 문장을 따라 읽는데 큰 아이가 왔다.

"엄마, 뭐 해?"

"엄마 영어 공부해."

"엄마가 왜 공부를 해? 엄마 영어 잘 하잖아."


'아, 애가 어려서 다행이다. 엄마에게 영어 울렁증이 있단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다.'


"엄마가 할 수 있는 영어는 여행 가서 호텔 체크인하고 음식 주문하고 뭐 그런 정도지. 엄마도 영어 잘 하는 편은 아니야. 엄마가 회사에서 일할 때도 영어는 필요한데, 조금 더 공부할 필요가 있어서 한 번 해보려고."


그리고 이어서 공부하기 시작한다. '쉐도잉(Shadowing)' 학습이라서 대사가 여러 번 반복하여 나오면 그걸 계속하여 따라하는 방식이다. 아이가 또 묻는다.


"아니, 근데 왜 같은 말이 자꾸 나와?"

"같은 말을 반복해서 연습해야 외울 수 있잖아."

"난 반복 안 해도 한 번만 보면 다 외우는데!"


'야, 그건 네가 아직 어리고 기억할 게 없어서 그런 거다. 엄마도 어릴 적에 총명하단 소리 많이 듣고 살았어. 한 번 들으면 다 외울 수 있는 시절이 있었는데, 어른 되면 안 그래, 인마!'

...라는 생각을 속에 머금고, 언어를 순화하여 말해주었다.


"어른들은 기억할 게 많아서 한 번만 봐도 기억을 못 하니까 반복하여 연습하는 거야. 그리고 아이도 마찬가지야. 한 번 보고 외운다고 한 번만 보고 넘어가면 다음에 기억이 안 난다? 잘 안다고 생각해도 꾸준히 공부해야 오래 가는 거야."


아이는 맨날 자기에게 숙제 하라고 외치기만 하던 엄마가 공부하는 모습이 제법 신선해 보였나 보다. 엄마 옆에 앉아서 구경하고 따라 읽을 수 있는 문장은 자기도 같이 따라 읽었다.  



내가 어렸을 적에 엄마가 일본어 공부를 하시던 기억이 난다. 어느 날부터 갑자기 히라가나를 외우시고, EBS 일본어 교재를 주문하시면서 틈틈이 공부하시던 모습이 평소 엄마와 달라서 생소하면서도 좋아 보였던 기억이다.


무엇을 공부하든 간에, 부모가 공부하는 모습은 아이에게 좋은 자극을 준다고 믿는다. 물론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부모 자신을 위해서 공부할 때.


나는 이번에야말로 영어 울렁증을 극복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오랜만에 공부하는 즐거움을 느끼며 매일 20분의 시간을 투자하였다. 그렇게 7일을 즐겁게 공부하고 나의 영어 공부는 유아무야 흐지부지 끝나 버렸다.  ( !!!!! )


작심삼일도 계속 하면 습관으로 자리잡는다는데, 엄마의 작심칠일 프로젝트는 언제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그 당시 SNS가 있었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