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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Oct 31. 2021

엄만 아직 부족해

"어른들은 기분이 안 좋으면 아이들에게 화를 내지?"

어느 날, 작은 아이가 묻는다.


내 기분 때문에 아이한테 화를 내는 건 자제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은데, 아이가 그렇게 느꼈나?

"아니, 그게 아니라 아이들이 잘못을 하면 어른들이 그렇게 하지 말라고 혼을 내는 건데, 그럴 때 어른 기분이 안 좋긴 하지."

"응, 그렇구나."

일단은 잘 넘어갔다.


그런데 한 달 쯤 후에 아이가 또 묻는다.

"아이들은 화가 나도 소리를 지르면 안 되는데, 어른은 화가 나면 아이한테 소리를 지르지?"


이 쯤 되니 나의 말과 행동을 반성하게 된다.

적당한 훈육을, 적절한 방식으로 하려고 했던 건 그저 나의 지향점이었을 뿐이었나 보다. 실제 아이에게 비춰지는 내 모습은 조금 달랐을 지도 모른다.


"아이든 어른이든 화가 난다고 소리를 지르는 건 좋지 않지. 화가 났어도 좋게 말해야 하는데, 엄마가 소리를 질렀었나? 그건 엄마가 잘못한 거야. 이제 ㅇㅇ가 잘못한 것에 대해 소리 지르지 않고 좋게 말하려고 노력해 볼게."

아이는 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은 듯 미소 짓는다.


오은영 박사의 '금쪽같은 내새끼'를 보며 '그래도 내가 나름 괜찮은 엄마구나.'라고 으쓱했던 적도 있었는데, 아이의 말을 들으면서 반성하게 된다.

내가 아이를 키우는 건지, 아이가 나를 키우는 건지. 분명한 건 아이가 나를 더 나은 엄마로 성장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10년차 엄마지만 아직 부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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