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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Jun 18. 2022

나의 여행 성장기(2)

남편 없이 아이들과 떠난 여행

남편 없이 가는 여행의 걸림돌은 두 개다. 운전 기사와 짐꾼이 없다는 것. 그 말은 즉,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내가 짐을 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택시를 타고 갔다 오면 체험학습에 물놀이 외에는 쓸 내용이 없을 것 같아서 갈 때는 '버스+지하철+택시'의 조합을 이용하고 올 때는 호텔부터 집까지 택시를 타기로 했다.


짐을 한쪽 어깨에 메니 어깨가 빠질 것 같다. 자고 올 게 아니므로 짐을 필요한 것만 최소한으로 쌌음에도 불구하고 무겁다. 나 오늘 괜찮을까?


지하철역까지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에는 자리가 많아서 괜찮았다. 지하철은 예상대로 출근 인파로 꽉 찼다. 짐을 바닥 구석에 내려놓고 아이들과 서있었다. 주말에 지하철을 타러 갔을 땐 인자한 어르신들이 아이들에게 자리를 양보해 주시곤 했지만 모두가 지치고 예민한 출근길에는 얄짤 없다. 다행히 아이들이 씩씩하게 잘 서 있었다.

"너희들 다리 아프다고 하지 않고 잘 가는구나. 많이 컸다."

아이들이 정말 많이 컸음을 느낀다.




수영장 개장 시간에 맞춰 '오픈런'을 한 결과 우리는 한산한 수영장에서 놀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수영을 못하는 작은 아이를 위해 구명조끼를 챙겼는데 없다는 것. 수영을 할 줄 아는 큰 아이는 괜찮지만 작은 아이는 구명조끼가 있어야 깊은 곳에서 물놀이를 할 수 있다. 내가 구명조끼를 분명히 넣었는데 작은 아이가 집에서 미리 입어본다며 구명조끼를 입고 돌아다녔었다.

"너 그러다 구명조끼 놓고 간다. 다 입었으면 원래 있던 가방에 넣어놔."

라고 분명히 말했음에도 작은 아이는 제자리에 넣지 않았고 나도 꽉 찬 가방에 당연히 구명조끼가 들어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엄마가 챙겼어야지."

"엄마는 챙겼는데 네가 빼놨잖아. 뺐으면 다시 넣어놨어야지."

"엄마가 있나 봤어야지."

나와 작은 아이의 대치 상황이 금방 끝나지 않을 것을 예감한 큰 아이는 얕은 유아풀에 들어가서 혼자 논다.

구명조끼를 빌려주는 호텔도 있지만, 이 호텔은 구명조끼 대여 서비스가 없다. 할 수 없이 호텔에서 판매하는 암링 튜브(팔을 끼워 몸을 띄우는 튜브)를 사기로 했다.

"네 돈으로 사."

"엄마 잘못인데 왜 내 돈으로 사?"

"네가 꺼냈다가 안 넣어서 안 사도 되는 걸 사는 거니까 네 돈으로 사."

"나 돈도 안 갖고 왔는데 어떻게 사?"

"엄마가 먼저 결제할 테니까 집에 가서 네 돈 엄마 줘."

"알았어."

그러나 마침 판매하는 튜브도 아기용만 남아 있고 아이한테 맞는 크기는 재고가 없었다. 돈으로라도 아이의 징징거림을 멈추고 싶었지만 실패다.


"모처럼 놀러 왔는데 이렇게 안 놀고 기분 안 좋게 계속 있을 거야? 엄마가 동그란 튜브는 챙겨 왔으니까 깊은 물에선 이 튜브로 놀면 되잖아."

"그건 자유롭게 못 다닌단 말이야. 구명조끼 빼지 말 걸. 구명조끼만 있었다면."

"여행에선 뭔가 빠져서 불편할 수 있어. 그렇다고 계속 기분 나쁘게 있으면 즐겁게 보낼 수 없는 거야. 없으면 없는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놀아야지. 여기 다시 오기도 힘든데 계속 이러고 있을 거야? 아니면 구명조끼가 없으니 그냥 집에 갔으면 좋겠어?"


작은 아이의 기분이 쉽게 풀어질 것 같지 않아서 작은 아이가 좋아하는 모래놀이를 권유했다. 모래놀이를 한참 하다가 아이가 말한다.

"나 기분이 많이 나아졌어."

"다행이구나."

"엄만 어때?"

"엄마도 네가 잘 노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풀어지고 있어."


남편 없이 떠나는 여행에서 큰 걸림돌은 운전과 짐 들기가 아닌, 작은 아이였나 보다. 그래도 아이한테 크게 화내지 않고 위기를 잘 넘겼다. 오늘도 내 몸에 사리가 몇 개 생겼을 것 같다.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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