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두려운 적이 있었다. 밤의 정적과 고요함이 좋아서 밤 시간을 즐기면서도 자칫 잘못하면 우울의 늪으로 빠지고 마는 것이었다.
아침형 인간으로 살아야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는 이야기에 "아침형 인간만 시간을 잘 쓰는 게 아니다. 저녁형 인간도 시간을 효율적으로 잘 쓸 수 있다."라고 당당히 반박하고 싶었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밤에는 왠지 센티멘탈해져서 독서, 어학 공부, 자기 계발 어떤 것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왜 알차게 시간을 쓰지 않을까.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성공한다는데 나는 왜 매사에 부정적으로 생각할까.
아주 가끔 생기는 기쁜 일이 인생의 행복일까. 그 작은 일들로 삶을 부여잡고 가는 것이 인생일까.
인간들은 왜, 무엇을 위해 이렇게 아등바등 사는 것일까.
답도 결론도 없는 지지부진한 사유를 하는 잠 못 이루는 밤이 연속되면 결국엔 자기혐오 정서에 빠졌다. 우울하니 우울한 음악을 듣고 우울한 음악을 들으니 더 우울해지는 악순환이었다.
그러던 어느 밤 아울 시티(Owl City)의 Fireflies를 듣게 되었다. 또롱또롱한 소리로 시작하는 도입부에 구미가 확 당겼는데 가수의 목소리도 부드럽고 듣기 좋았다. '반딧불이'라는 동심을 자극하는 제목도 마음에 쏙 들었고 뮤직 비디오마저도 동화 같았다.
이 노래를 반복하여 듣고 있자니 제목은 비록 '반딧불이'지만 깜깜한 밤하늘에 불꽃이 팡팡 터지는 느낌도 들었다. 이 순간만은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내가 싫지 않았다. 밝으면서도 몽환적인 노래 덕분에 세상이 아름다운 것 같다는 착각을 잠시라도 할 수 있었다.
Owl City라는 활동명을 사용하는 아담 영(Adam Young)은 불면증이 있어 부모님의 지하실에서 밤에 음악 작업을 하다가 이 노래를 만들었다고 한다. 1986년생인 아울 시티(아담 영)는 2009년에 발표한 Fireflies로 전 세계에 명성을 떨쳤으니 불면증이 예술로 승화된 아름다운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질투가 약간 났음을 고백한다.
어쨌든 Fireflies는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음악이다. 낮에 들으면 햇살이 더 밝아지는 느낌이고, 밤에 들으면 밤이 덜 깜깜한 기분이다. 들을 때마다 기분 좋은 음악이라 나는 핸드폰 컬러링 음악을 이 노래로 설정해 두었다. 나에게 전화하는 사람이 잠시라도 기분 좋을 수 있었으면 하고 말이다.
Fireflies가 있으니 불면의 밤도 더는 두렵지 않다.
(유튜브 댓글을 보니 실제로 이 노래를 들으며 잔다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You would not believe your eyes
If ten million fireflies
Lit up the world as I fell asleep
Cause they fill the open air
And leave teardrops everywhere
You'd think me rude, but I
Would just stand and stare.
보고도 믿지 못하겠지
반딧불이 천만 마리가 내가 잠이 들 때 세상을 밝힌다면 말이야
그들이 하늘을 가득 채우고
여기저기에 눈물을 남기니까
내가 무례할지 몰라도 나는 그대로 서서 그들을 바라보겠어
I'd like to make myself believe
That planet Earth turns slowly.
It's hard to say that I'd
Rather stay awake when I'm asleep,
Cause everything is never as it seems.
나는 믿고 싶어
지구라는 행성이 천천히 돈다고 말이야
내가 잠들어 있을 때 깨어 있는 게 낫다고 말하긴 어려워
왜냐하면 모든 건 보이는 것과는 다르기 때문이지
Owl City - Fireflies
<그 시절 음악과 이야기>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소개하면서, 그 음악에 얽힌 이야기를 하는 매거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