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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Aug 04. 2022

나를 울린 오늘의 노래

Mr. Children - 쿠루미(くるみ)

현재를 살고 있지만 과거에 머물러 있는 기분이다. 내가 쓰는 이야기도 옛날에 있었던 일들이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도 옛날 노래이다. 이대로라면 동시대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때로는 내가 적시에 업데이트되지 못한 컴퓨터처럼 느껴진다.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나서면서 좀 걸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저녁에 과식을 하여 몸이 무거웠다. 이어폰을 끼고 일본 밴드 '미스터 칠드런(Mr. Children)'의 '쿠루미(くるみ)'를 켰다. 이 노래를 듣고 싶어진 이유는 이번 주 '보글보글'의 주제가 구름 관련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구름이'와 '쿠루미' 발음이 비슷해서 '보글보글'에 참여하게 되면 이 음악의 링크를 장난스럽게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쿠루미'는 2005년 즈음 처음 들은 노래이다. 노래가 좋아서 꽤 어려 번 반복하여 들었는데 정작 무슨 내용의 노래인지는 모르고 들었었다. 오늘, 문득 가사가 궁금해져 번역이 되어 있는 뮤직 비디오를 봤다.  


뮤직 비디오는 처음 보면 이해하기가 어렵다. 나이 든 아저씨가 다짜고짜 식당에 가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식당 주방장은 그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주르륵 흘리기 때문이다. 그다음에 공사장 아저씨와 애를 업은 아저씨가 각각 전화를 받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한 번을 다 보고 나니 내용이 이해되었다. 젊은 시절 밴드를 하다가 해체하고 생업에 종사하던 아저씨 네 명이 재결합하여 '미스터 어덜트(Mr. ADULTS)'라는 이름으로 노인정, 임산부들 앞에서, 결혼식장 등에서 조촐하게 활동한 후 활동을 종료한다는 내용이다. 지금은 젊을 때 좋아하던 '쓸데없는' 활동을 젊을 때의 친구들과 다시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에, 옛날에 마냥 웃기게만 보였던 뮤직 비디오가 다르게 보였다.   

    


뮤직 비디오의 내용이 파악된 후에 노래를 다시 들으며 가사를 찬찬히 보다가 갑자기 눈물이 났다. 교묘하게도 식당 주방장 아저씨가 눈물을 주르륵 흘린 그 부분이었다. 다소 코믹하고 올드한 뮤직 비디오 분위기와 사뭇 다르게 가사 내용은 제법 진지하고 철학적이다.

좋았던 일만 떠올리니 괜히 더 나이 먹은 기분이 들어
그렇다곤 해도 삶 속에서 지금 움직이려 하고 있는 톱니바퀴의 하나가 되지 않으면 안 되겠지

- 미스터 칠드런, 쿠루미 (번역: '어름인형' 님, 하단 링크 참조)


옛이야기를 하고 옛날 노래를 듣는 것이 과거에 연연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도 괜히 나이 먹은 기분이 든 것 같아 울적해진다. 현재의 톱니바퀴를 돌려야 한다면 기왕이면 폼나는 톱니바퀴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게 아니라면 보잘것없는 톱니바퀴를 제법 멋져 보이게라도 그려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지금 이상의 것을 항상 탐내는 주제에
변치 않는 사랑을 바라며 노래해
그렇게 톱니바퀴는 돌아가지
이 필요 이상의 부담에 삐걱삐걱 둔탁한 소리를 내면서

- 미스터 칠드런, 쿠루미 (번역: '어름인형' 님, 하단 링크 참조)


이유도 모르는 채 나는 눈물 콧물을 흘리며 동네를 걸었다.

나를 울린 '쿠루미'는 2003년 노래다. 오늘, 오래전 노래인 '쿠루미'가 현재의 노래가 되었다.  



미스터 칠드런(Mr. Children) - 쿠루미(くるみ)

https://youtu.be/EsKz_A6YOaI?t=2


<그 시절 음악과 이야기>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소개하면서, 그 음악에 얽힌 이야기를 하는 매거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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