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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Sep 07. 2022

힐링을 향한 몸부림

힐링과 킬링 사이

운동, 해야 하는 것은 알지만 하기 싫은 그 이름.

그럼에도 불구하고 9월부터 주 2회 요가 수업을 등록했다. 이유는 단 한 가지다. 고질적인 목과 어깨 통증을 줄이기 위해서. 특히 마우스를 사용하는 오른쪽 어깨는 어느 순간부터 통증이 고착화되어 어깨 돌리기를 해도 쉽사리 나아지지 않는다.


오십견이 벌써 온 것인가, 병원을 가야 하는가 여러 가지 생각을 하던 중 올 4월에 아파트 커뮤니티 요가 수업을 등록하였다. 요가 수업을 한 첫날 오른쪽 어깨 통증이 훨씬 줄었다. 삐그덕대던 어깨가 단 한 번의 요가로 나아지는 경험을 하고 아무리 운동을 싫어하더라도 꾸준히 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두 번째 수업까지 가고 맹장염 수술을 하느라 요가를 중단하였다.


몇 달을 운동 없이 살다 보니 오른쪽 어깨 통증이 재발되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살기 위해 이번에도 요가 수업을 등록하였다. 아파트 커뮤니티 요가 수업은 가까운 곳에서 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고, 무엇보다 전문 요가원보다 가볍고 쉬운 동작 위주로 한다는 게 특징이다.       


대망의 첫 수업 날이다. 가기 싫은 마음을 꾹 참고 요가 매트를 들고 수업 장소로 향했다. 요가 매트를 깔고 미리 스트레칭을 하는 이들이 많다. (어차피 수업 시작하면 스트레칭을 할 건데 지금부터 왜 굳이?) 나는 지난 몇 개월간 돌돌 말려 있던 나의 요가 매트를 편 후 일단 눕는다. 눕고 싶어서 누운 것은 아니다. 매트를 폈는데 제대로 안 펴지고 자꾸 돌돌 말려서 매트를 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누운 것이다.


잠깐 누워서 될 일이 아닌 것 같아서 매트 끝에 가방을 올려놓고 앉았다. 수업 장소 전면에 부착되어 있는 전신 거울을 보자니 누가 나에게 인사를 한다. 이런! 같은 통로에 사는 1학년 아이 엄마다. 다행히 나와 먼 곳에 자리를 잡는다. 내 앞쪽에는 다른 1학년 아이 엄마가 또 있다. 몸치인 나는 누구와도 마주치고 싶지 않지만 이제 와서 자리를 옮길 수는 없으니 모른 척한다.


수업이 시작되었다. 일단 눈을 감고 숨쉬기에 집중한다. 긴장도가 높은 나에게는 요가 호흡이 도움이 된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쉬면 평소에 내가 얼마나 짧게 짧게 숨을 쉬는지 느끼게 된다. 알면서도 평상시에는 하지 않는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공간에 갇혀 있어야 비로소 (어쩔 수 없이) 할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진 동작들은 쉽고 간단한 기본 동작들이었다. 매달 첫 수업은 처음 등록하는 사람들도 따라올 수 있게 비교적 가볍게 시작한다. 예전에 요가원에 다녀본 적이 있고 아파트 커뮤니티 요가 수업도 수 차례 해봤기 때문에 이 정도면 난이도 하 동작이라는 것을 안다. 공부 못하는 애들도 학원 많이 다니면 수업이 어려운지 쉬운지 정도는 안다. '어, 나 저거 배운 적 있어.'라고도 생각한다. 본인이 못할 뿐이지. 어쨌든 요가 열등생인 나도 머리로는 '쉽네. 가볍네.'라고 생각하지만 제대로 하지는 못한다. 협조적이지 않은 몸 때문에 고통의 시간을 보낸다.


"두 다리를 펴고 천천히 허리를 굽히고 가슴을 붙인 후에 제일 나중에 고개를 숙이세요."

내가 할 수 없는 동작이다. 나는 두 다리를 쭉 펴고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괴롭다. 거기에 상체를 어떻게 숙이겠는가? 약간만 상체를 기울인다. 그렇게만 해도 다리 뒤쪽 근육이 쭉 늘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쯤에서 두리번거린다. 나만큼 뻣뻣한 동지들이 있는가 찾기 위해서다. 선생님과 많은 이들이 상체를 숙였다. 그리고 나를 포함하여 세 명이 상체를 숙이지 못했다. 꼿꼿하게 미어캣처럼 서있는 그들의 상체는 열심히 안 하고 싶어서가 아님을 잘 안다. 내적 친밀감이 솟는다. 10년 전에 다닌 요가원에선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이런 모습의 사람이 나 외에 없었다.

두리번거리다가 "JOO 회원님, 다른 사람 보지 마시고 자신의 동작에 집중하세요."라고 지적받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곳은 다르다. 내가 있을 만한 편안한 곳이다.

벽에 붙은 시계에 눈이 자꾸 간다. 50분이 이토록 긴 시간이었던가!

상체가 꼿꼿한 미어캣 (출처: Pixabay)

  

요가 수업이 고통스럽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수업에 참석하여 너무 뿌듯했다. 그리고 역시나 오른쪽 어깨 통증이 많이 사라진 것을 느끼고 꾸준히 해봐야겠다고 마음을 다졌다.


그러나 다음 날 나는 엉덩이와 허벅지심한 통증을 느꼈다. 운동을 심하게 한 것도 아닌데 근육통이라니 민망하지만 아픈 걸 아프지 않다고 할 수도 없다. 걸을 때마다 악 소리가 난다. 이래서 운동이 싫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운동한 다음 날 근육통이 느껴지지 않으면 제대로 운동하지 않은 기분이 들어서 찝찝하다고 하던데, 나는 이번 생에선 이해할 수 없을 기분이다.


고통의 주말을 보낸 후 월요일, 아이의 하굣길에 같은 반 아이 엄마가 유독 반갑게 인사를 하며 묻는다.

"혹시... 힐링 요가 들으세요?"

"아, 그게 힐링 요가인가요? 네, 금요일 10시 수업 들어요. 저 보셨어요?"

"네. 원래 다니세요? 저 처음 등록했거든요. 첫 수업하고서 팔이 아파서 혼났어요. 근육통이... 근육통이... 어우, 수업 왜 이렇게 힘들어요?"

 

아파트 커뮤니티 요가 수업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힐링 요가, 파워 요가, 발란스 요가, 필라 요가(필라테스+요가). 내가 찔끔찔끔 수업을 다 들어본 바로는 무슨 이름이 붙었든 다 고통스러운 시간이다. 그나마 힐링 요가가 제일 낫다. 어쨌든 그나마 제일 수월한 힐링 요가에 근육통을 호소하는 이 엄마, 아무래도 내 과인 것 같다. 아, 혹시 그 미어캣 3인 중 한 명인가? 그나마 이 수업이 제일 나아요, 라고 허세를 부려볼까 하다가 관뒀다. 내가 수업 내내 어떤 모습이었는지 아이 친구 엄마도 충분히 봤을 터이니.


나의 요가 시간은 힐링(Healing) 킬링(Killing) 그 사이 어딘가에 있다. 누군가는 요가 후 개운함을 느끼며 힐링할 테지만 나는 아직 힐링을 느끼지 못했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이 수업이 나에게도 힐링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미어캣에서 벗어나는 날이 오지는 못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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