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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Oct 27. 2022

이 또한 지나가리라

글이 쓰기 싫을 때

글쓰기 모임 '라라크루'에는 숙제가 있다. 바로 한 주에 두 편 이상의 글을 발행하는 것이다. 솔직히 그동안은 숙제가 힘들지 않았다. 나는 매일 지는 못해도 1주일에 서너 편은 썼기 때문이다. 막상 쓰려면 귀찮긴 했어도 쓰고 싶은 주제는 간간이 떠올랐다. 그런데 이번 주는 다르다. 이번 주 월요일에 발행한 글은 사실은 일요일 저녁에 미리 써두고 월요일에 퇴고만 하여 발행한 것이니 월화수목을 쓰지 않은 채 지나갔다. 쓰고 싶은 주제가 떠올랐는데 미뤄둔 게 아니라 그냥 아무 생각이 없이 4일이 흘렀다.

어머, 깜짝이야! 시간 순삭이네 정말.



이번 주에 뭘 하며 시간을 보냈는지 곰곰이 되돌아본다.

월요일 오전엔 집을 청소했다. 애들 장난감을 몰래 대거 버린 게 성과라면 성과. (장난감을 두 봉지 정도 버렸으나 티도 안 남)

화요일 오전엔 브런치 글을 읽고 댓글을 쓴 것 외에 뭐 했는지 생각이 안 난다. 금쪽상담소도 봤던 것 같다.

수요일 오전엔 요가를 다녀왔다.

목요일인 오늘은 작은아이가 학교를 안 갔다! 안 갔다기보다 못 간 것이지만. 어제 아이가 학교에서 다쳤다. 친구가 두 팔을 뒤에서 잡았고 아이는 빠져나가겠다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는데 친구가 손을 놓으면서 아이 이마가 바닥에 부딪혔다고 한다. 이마에 혹이 났고 아랫입술 안쪽이 치아에 부딪혀 살짝 피가 났다. 다행히 토하거나 어지럽지는 않았지만 머리가 아프고 울린다고 하여 어제 학원과 오늘 학교와 학원을 결석했다. 아이는 집에서 만화책을 보고 클레이 놀이를 하고 색종이로 작품을 만들고 나랑 보드게임도 했다. 집에 있는 아이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나 이제 뭐 해? 심심해!"라길래 공부를 한 자라도 시키려 했더니 "아우, 머리 아파."라고 한다. 놀 땐 활기차 보이더니.


아무튼 목요일에 아이가 하루 종일 집에 있는 것은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아이가 없어야 글 쓸 짬이 나는데. 내일은 아이가 등교할 수 있을지 상태를 봐야 하고, 주말엔 캠핑이 예정되어 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지금 글을 쓰지 않으면 이번 주 숙제를 못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든다.

글태기라 숙제를 못 하겠다는 사람들한테 "글이 안 써지면 안 써진다고라도 쓰세요!"라며 주접떨던  불과 얼마 전이건만.

 


일상이 바빴다는 건 핑계다. 똑같은 일상을 보내지만 어떨 땐 글감이 찾아지고 영감이 샘솟으니까.  

브런치북을 만들 때는 시간을 꽤 알차게 썼던 것 같은데, 브런치북을 꾸역꾸역 엮어서 응모까지 눌러놓고 나니 만사 싫어진 게 사실이다. '이딴 걸 책이라고 만들었어?'라는 마음의 소리를 애써 누른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 사람들 브런치북을 못 읽겠다. 읽을수록 자괴감이 든다. '응모작이 많아 심사위원들 힘들 텐데 이제라도 응모 취소할까?'라는 생각마저 든다. '역대급 경쟁률이었다' 혹은 '브런치북 응모의 열기가 뜨거웠다'에 일조라도 하려고 취소하지 않고 버티기로 한다. 질 좋은 글을 쓰지 못한다고 내가 한심한 인간은 아니라고 되뇌인다.



육아휴직이 끝나가고 새로운 휴직을 신청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휴직을 추가로 신청할 것인지, 휴직 기간은 얼마로 신청해야 할지에 대해 결정하느라 머릿속이 바빴다. 그러면서 통장 잔고를 이리저리 확인하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계산한다.

'근데 휴직하면 뭐 하지?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처럼 브런치에만 글 쓰며 살 거라면. 이 글쓰기가 의미가 있나? 브런치에서 1년 동안 썼는데 괜찮은 글이었으면 제안이든 뭐든 왔겠지. 그렇고 그런 글을 계속 쓰겠다고 휴직을 연장한다고?' 마음속 소리로 머물던 말을 내뱉고 나니 소름 끼친다. 그래도 휴직 기간 동안 적어도 불행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니 괜찮은 거겠지.  



아이들이 TV 보는 틈을 타서 숙제로 쓰기 시작한 글은 이렇게 어둡게 막을 내리려 하는데...

어쨌거나 숙제로 제출할 글 한 편은 나왔다.

역시 글쓰기가 싫을 때는 글쓰기 싫다고 말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내가 좋아하는 말을 남기며 마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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