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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Oct 31. 2022

생사에 대한 상념

글럼프의 문제는 단지 쓰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글감을 포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무디게 일상을 살다 보면 하루 이틀 사흘 나흘 그렇게 속절없이 시간이 흐르고 만다.



주말에 아이들과 캠핑장(정확히는 텐트부터 모든 장비가 다 갖춰져 있는 글램핑장)에 갔다. 다녀온 후 글을 써야지, 했는데 그 주제로 쓰기가 어려워졌다.



토요일 밤에 캠핑장에서 자다가 화장실에 다녀오려고 1시경에 깼다. 잠자리가 불편해서 쉽게 다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핸드폰을 들었다가 이태원 참사 소식을 접했다.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고등학교 때까지 제대로 놀지 못하고 억눌려 살다가, 한창 놀 수 있는 나이인 20대가 되니 코로나로 바깥에 나가지도 못하던 몇 년 아니던가?



핼로윈마다 이태원에 가는 친구가 떠올랐다. 친구는 40대지만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친구가 걱정되어 새벽 2시에 카톡을 보냈다. 다행히 친구는 아침에 답을 보내왔다. 간밤에 이태원에 갔다가 예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엄청난 인파에 놀라 인파가 적은 한산한 골목으갔다고 한다. 생과 사는 한 끗 차이인가 보다.



이태원 참사 기사를 그만 봐야지, 하면서도 자꾸 보게 된다. 돌아가신 분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학업이나 생업에 열중하던 사람들일 텐데, 너무 안타깝다. 20~30대 자녀를 한순간에 잃은 부모들의 속은 감히 헤아릴 수조차 없다. 아비규환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트라우마도 클 것이라 걱정이다.



참담하고 무기력하다. 허무한 죽음 앞에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당연하지만 없다. 남은 사람들은 어쨌거나 살아야 한다는 게 부조리한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뭔가를 쓴다는 것도 죄스럽게 느껴진다. 아마도 글럼프는 한동안 지속될 것 같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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