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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Nov 08. 2022

가을 끄트머리에서

봄 꽃의 아름다움은 매년 눈에 띈다.

우중충한 회색빛 겨울을 견디고, 연둣빛 새싹과 함께 피어난 꽃은 생동감이 있다.

겨우내 위축되었던 내 마음에 생기를 전해 준다.

'자, 이제 슬슬 활동해 볼까?'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에 비해 매년 가을 단풍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알록달록한 단풍잎과 은행잎은 곧 삭막한 계절이 다가오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겨울이 싫다.

추워서 오그라든 몸만큼 마음도 쪼그라드는 느낌이다.



우리 집 앞 창문에서 바로 보이는 단풍나무가 '하트 나무'인 걸 올 가을에야 발견했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 집 창문에서 보면 빨간 단풍잎 뭉치가 영락없는 하트 모양을 이루고 있다.

마음속으로 '신기하네'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아이들이 창문에 달라붙어 말한다.

"우와! 저거 봐! 하트 나무야!"

너희들은 단풍을 감상할 줄 아는 멋진 어린이구나.

하트 나무를 사진 찍어야겠다고 결심했으나, 실행에 옮기지 않은 사이 이파리가 떨어져 더 이상은 하트 나무가 아니게 되었다.

하트 나무를 다시 만나려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진작 찍어둘 걸. 역시 인생 타이밍이다.


하트 나무를 시작으로 올해는 단풍이 눈에 들어왔다.

소멸로 다가가는 여정의 끄트머리라 할지라도, 단풍은 삶을 끝까지 열정적으로 불태우겠노라고 말하는 듯하다.

새 생명의 탄생이 아니어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진하디 진한 색의 향연에 눈이 호사를 누리는 계절이었다.

단풍잎과 은행잎


그리고 멋진 가을에 대해 쓰겠다는 타이밍을 놓치니 어느새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시기가 되었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그러나 봄은, 여름은, 가을은 내년에도 한결같이 찾아와 주겠지.

모과나무와 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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