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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Nov 11. 2022

부부싸움과 소화불량

어릴 적에 엄마와 아빠는 자주 싸우셨다. 진짜 자주인지, 어린 내가 보기에 자주라고 느꼈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둘이 싸우고 나면 집 안에 냉랭한 기운이 흐르고 둘은 서로 대화를 하지 않았다. 


엄마는 기분이 나쁜 와중에도 자신의 의무를 다해야 했는지 밥을 다 차리고 나서 말하였다.

"아빠한테 가서 식사하라 해라."

"아빠, 식사하시래요."

"안 먹는다고 해라."

"엄마, 아빠가 안 드신대."

"다 차려놨는데 왜 안 먹냐 그래?"

이쯤 되면 '거참, 나를 중간에 끼워 불편하게 만들지 말고 두 분이 알아서 대화하쇼!'라는 말이 턱밑까지 차올랐지만 화가 난 부모님이 무서워서 차마 입에 올리지는 못했다. 


결국 아빠와 나, 동생 그렇게 셋이 밥을 먹고 엄마는 방에 들어가 굶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엄마가 끝까지 굶었는지, 나중에 끼니를 챙겼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오늘 저녁 먹기 전에 남편과 사소한 일로 다투었다. 별거 아닌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순간만큼은 남편의 모습을 (더 정확히는 꼴을) 보기가 싫어서 저녁을 같이 먹어야 하는지 1초 정도 고민했지만, 이미 밥상을 다 차리기도 했고 배도 고파서 밥을 먹었다. 아이들한테 티도 안 내고 나름 평화롭게 저녁을 먹었다. 저녁 먹은 후 남편이 설거지를 하고 나는 방에서 책을 읽었다. 이렇게 저녁 시간이 아름답게 마무리되나 했는데 저녁 먹은 게 영 소화가 되지 않는다. 


엄마가 부부 싸움을 한 후에 왜 아빠와 함께 식사를 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된다.

소화제를 먹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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