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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Nov 09. 2022

평범한 사람

아이가 놀이터에서 노는 동안 나는 아이 친구 엄마와 이야기를 했다.

친구 엄마는 "요즘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아이들이 많다는 기사를 봤는데요, 저희 원이가 독서록에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썼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나는 사실 속으로는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게 뭐 어때서?'라고 생각했지만 일단은 "그래요? 애들이 바쁘고 피곤해서 그런가?"라고 호응했다.


"아니, 저희 때는 애들이 꿈이 컸잖아요. 대통령 되겠다, 우주 비행사 되겠다. 애들 때는 꿈을 크게 가져야 하는데, 원이가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다니 왜 그런지 궁금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화가 나더라고요."

"원이한테 왜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물어보셨어요?"

"아니요. 물어보진 않았어요. 그냥 안 물어보려고요. 물어봤다가 괜히 꿈을 왜 크게 안 가지냐고 잔소리할 거 같아요."

"원이 엄마는 원이가 특별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네! 저는 제가 이렇게 평범하게 살아서 원이가 좀 특별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규 엄마는 안 그러세요?"

"글쎄요. 저는 특별한 사람, 평범한 사람 그런 건 생각해 본 적이 없고, 아이가 좋아하는 거 하면서 즐겁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네요."



어린이라고 모두가 위대한 사람이 되겠다고 꿈꾸는 것은 아니다. 내가 어릴 적에도 대통령이 되겠다는 아이는 거의 없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소수의 아이를 보고 나는 그 아이의 꿈이 진짜가 아닐 거라 생각했다. '쟤는 튀고 싶어서 저렇게 말한 걸 거야. 아니면 어른들이 주입한 꿈일지도 모르지.'

 


나는 내 아이들이 위대하고 유명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는 걸 바라지 않는다. 그보다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하면 삶이 조금은 더 즐거울 수 있는지를 아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기대와 압박 속에서 해야 하는 '의무'만 남는 삶보다는 뭔가가 하고 싶다는 '소망'과 '재미'가 가득한 삶이었으면 좋겠다. 의무와 강박만 남은 삶은 고되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과 '특별한 사람'에 대해 생각하고 있자니, 아이가 와서 말한다.

"엄마, 난 돌이 되고 싶어."

"돌?"

"응, 돌! 아니면... 거북이나 나무늘보."


아니, 초등학교 1학년밖에 안 된 녀석이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넘쳐도 모자랄 판에 돌이 되고 싶다고? 이 녀석아, 그 꿈은 엄마가 고등학생 때에서야 생각했던 꿈이라고. 넌 그런 생각하기에 일러!


다음 생에 뭐로 태어나고 싶냐는 질문에 나는 한결같이 '돌'로 태어나겠다고 답해 왔었다. 물론 아이에게 내색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아이가 돌이 되고 싶다고 한다. 그런 의욕 없는 말이 웬말이냐는 잔소리를 꾹꾹 누른 채 나는 말했다.


"어머, 웬일이야! 엄마도 돌이 되고 싶은데 규도 돌이 되고 싶구나! 어쩜 우린 이렇게 똑같니?"


아이는 해사하게 웃으며 말했다.

"잘 됐다, 엄마! 우리 다음 생에 돌로 태어나서 꼭 만나자. 웅, 엄마. 떨어지지 말고 우리 꼭 붙어 있자."



평범한 사람이 되어도 좋고, 특별한 사람이 되어도 좋다.

아이야, 일단 돌 말고 사람부터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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