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O Nov 11. 2022

아이와 손 잡고 걷기 로망

큰아이는 걸음이 느렸다. 돌이 넘어도 걸을 기미가 없었다. 아이는 걷지도 못하는 주제에 성미만은 급하여 자신을 안으라 했다. 폭 안기는 게 아니라 앞을 보고 앉아서 (힙시트*에 앉았다) 이쪽으로 저쪽으로 가라는 지시를 했다.



나는 아장아장 걷는 아기와 손을 잡고 걷는 것에 로망이 있었다. 다른 아기들이 엄마나 아빠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 큰아이가 걸을 날만 기다렸다. 아이가 첫걸음을 뗀 게 16개월이었다. 아이는 매우 신중하게 한 걸음을 뗐다. 이제야 아이 손을 잡고 걷는 나의 로망이 실현되나 했는데 웬걸? 아이는 걸음마를 뗀 지 얼마 되지 않아 뛰기 시작했다. 손을 잡자 하 사정없이 뿌리친다. 바쁜 일이 있는 것처럼 분주하게 경보 선수처럼 걸었다.

큰아이 20개월 쯤, 문화센터(노리야) 수업


아이와 손 잡고 걷기 로망은 작은아이 덕분에 실현되었다. 작은아이도 돌 무렵에 스스로 걷지는 못하고, 한 13개월부터 스스로 잘 걷게 되었다. 아이는 제 형과 다르게 스스로 충분히 잘 걷는데도 엄마, 아빠, 혹은 할머니의 손을 꼭 붙잡고 걸었다.



요즘 작은아이가 속 뒤집는 소리를 자주 해서 화가 울컥 나곤 한다. '이래도 화 안 나? 이래도?'라며 나의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것 같다. 그래도 아직까지 내 손을 꼭 잡고 옆에서 걷는 아이를 보며 문득 생각한다. 그래도 네 덕분에 아이와 손 잡고 걷기 로망은 이룰 수 있었어. 고마워!


작은아이 15개월 쯤, 한창 순하고 해맑았을 때



* 힙시트: 아기띠의 한 종류로, 아이 엉덩이를 걸쳐 앉힐 수 있는 작은 의자(?)가 있어서 아이가 앞을 보고 안길 수 있다.

힙시트 (이미지 출처: 이마트몰)


매거진의 이전글 평범한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