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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Oct 12. 2022

반반 도시락

오늘은 초1 아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현장학습(=소풍) 날!

유부초밥과 꼬마김밥 반반 도시락을 싸 달라는 아이의 주문에 따라 나는 평소보다 두 시간 일찍 일어났다.


5시 50분. 아... 졸리다. 정신이 안 난다. 좀 더 자고 싶지만 그러다 빈 도시락을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 10분간 멍을 때린 후 행동에 돌입했다.


익숙한 유부초밥부터 만들기 시작한다. 혹시나 시간이 모자라면 유부초밥으로 도시락 전체를 채워도 되니까. 베이컨을 살짜쿵 데치고 쫑쫑 썰어 다시 팬에 볶는다. 유부초밥에 들어있는 사과식초과 양념을 흰 밥에 넣어 주고 섞는다. 베이컨도 섞은 후 유부에 쏘옥 넣어 준다.


어두울 때부터 만들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동이 트고 밝아진다. 이제 도시락 2차전에 돌입할 차례.


밥에 꼬마김밥용 양념을 넣고 섞어준다. 계란 지단과 햄을 부친다. 밥을 아주 조금만 떼어 꼬마 김에 올려놓고 얇게 편다. 이번엔 엄청 잘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재료를 밥 위에 올리고 만다. 오오~ 잘 말린다! 밥을 조금만 넣는 게 비법이었구나!

나 이제 꼬마김밥 싸는 방법을 안 것 같아! 나 자신을 칭찬하며 김밥을 여러 개 쌓아 올린다.

그러나 잘 싼 김밥들은 다시 오픈 마인드 김밥이 되려 한다. 어허... 남사스럽게! 개방성일랑 넣어두고 어서 앞섶을 여미시게!


참기름을 샤샤샥 바르고 썰었더니 그나마 열리지 않던 김밥도 죄다 속내를 드러내고 만다. 어거지로 엄선한 몇 개를 도시락에 넣었다. 제발 온전한 형태로 소풍 장소에 가길 바란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아이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도시락도 맛있게 먹었다고 한다. 오늘 점심이 맛있었다고 말해주니 새벽부터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한 줄 요약: 나는야 오픈 마인드 김밥 제작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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