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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Oct 10. 2022

키즈카페에 가면 엄마가 좋은 게 뭐야?

주말에 이어 대체공휴일까지 쉬어 3일 연휴의 마지막 날이다. 큰아이는 미술학원 결석에 대한 보강을 오늘 오전에 갔고 작은아이는 집에서 책을 보며 뒹굴대다 심심하다고 징징댄다.


"형 학원 끝나고 머리 자르기로 했는데 너도 머리 자르러 갈래? 아, 머리가 아직 많이 길진 않았. 다음에 잘라도 되겠다. 그럼 자전거라도 타러 나가자.

"추워서 싫어. 안 나갈래."

"아니야, 처음 나갔을 때만 춥지. 좀 걸으면 안 추워."

"안 나갈래. 오늘은 안 나가고 집에만 있을래."

(어제도 종일 집에만 있었는데 새삼스레...)


하는 수 없이 혼자 집을 나섰다. 어제까진 비가 오고 추웠는데 오늘은 하늘이 맑고 파랗... 어휴, 너무 춥다. 작은아이 데리고 나왔으면 큰일날 뻔했다. 바람이 심하게 불고 기온도 확 떨어졌다. 비 온 다음에 추울 거라더니 정말 겨울이 확 온 느낌이다.

만보기로 20원 벌 수 있는 포인트에 들렀다 미용실로 갔다


큰아이 머리를 자르고 집에 왔더니 작은아이가 또 나에게 달라붙으며 심심하다고 한다.


"그럼 점심 먹고 블럭OO(동네 키즈카페) 갈까?"

듣자마자 엄청 좋아할 줄 알았는데, 아이는 의외로 잰다.

"음... 컵밥 사주면 갈게. 거기 컵밥 맛있던데."

"컵밥? 집에서 점심 먹고 갈 거야.

"컵밥 사줘야 갈 거야."

"그럼 가지 마. 키즈카페에 너희 재밌으라고 가는 건데 엄마가 뭐 하러 컵밥까지 사주면서 가자고 해야 하는 건데? 키즈카페에 가면 엄마가 좋은 게 뭐야?"


나와 작은아이의 아웅다웅하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던 큰아이가 말한다

"엄마, 저희가 키즈카페에 가면 엄마는 아무 간섭을 받지 않고 브런치 글을 읽고 쓸 수 있으니 엄마도 좋죠."


오호! 듣고 보니 그렇네? 상대방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이 녀석, 협상의 달인이구먼! 작은아이, 너는 징징대는 카드 말고 다른 카드가 없으니 협상의 달인 되려면 아직 멀었다.


레고 만드느라 집중한 뒷모습

그리하여 키즈카페에 와서 앉았다. 아이들은 레고 만드느라 집중하고 나는 되도 않는 글 쓰겠다고 낑낑대고. 이렇게 돈을 써야만 평화를 찾을 수 있나 싶어 약간 씁쓸하긴 하지만, 이 평화로운 시간을 일단은 즐겨 본다.   



한 줄 요약: 돈 들여 키즈카페에 가면 아무 간섭을 받지 않고 브런치 글을 읽고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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