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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Dec 01. 2022

부모의 마음

* 애벌레 사진이 있으니 징그러운 걸 싫어하시는 분은 넘기시기 바랍니다..(저도 싫어하는데ㅠㅠ)





아이가 나눔장터에서 사 온 장수풍뎅이 애벌레 터전을 갈아주는 날이다. 동글동글 뭉친 똥을 건져내 버리고 기존 흙(발효 매트)과 새로운 흙을 섞어서 애벌레 집에 넣어줬다. 아이는 그동안 애벌레를 좋아하면서도 만지지 못했는데 어제는 용기를 내어 애벌레를 만졌다. 탱탱한 젤리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엄마도 만져 보겠냐고 묻는 아이 말에 담담하게 (속으론 기겁하며) 괜찮다고 사양했다.


넘나 크고 통통하고 징그러운 장수풍뎅이 애벌레


아이는 플라스틱 숟가락으로 똥을 건지면서 말했다.

"에구, 우리 꼬물이랑 꿈틀이 잘 먹고 똥도 잘 쌌네. 이런 게 부모 마음인가? 엄마도 우리 애기 때 그랬지?"

"응, 너희가 아기 때 똥 싸면, 기저귀 갈아주면서 우리 아기 잘했다고 기특해 했지. 똥 냄새가 나더라도 하나도 지독하지 않았어."


아직 8살밖에 안 된 아이가 부모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고 한다. 애벌레가 잘 크는 모습을 보니 행복하다고. 그러면서 아이는 덧붙인다.

"엄마는 부모니까 엄마의 부모님의 마음을 알지?"


나는 두 아이의 부모가 되었지만, 나를 키워준 부모님의 마음을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가끔 순간순간마다 우리 부모님이 이랬겠구나, 싶을 때가 있지만 그 마음을 온전히 다 이해한다고 말하긴 어렵다.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도 자식은 - 부모에게 도리와 의무를 다하는 것과는 별개로 - 부모의 마음을 평생 이해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내리사랑'이라는 말은 있어도 '오르사랑'이란 말은 없지 않은가.


아이는 꼬물이와 꿈틀이가 잘 자라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과 기쁨을 느낀다. 꼬물이와 꿈틀이가 잘못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내가 부모의 마음을 배운다. 그래, 그런 게 부모 마음이다. 자식이 꿈을 찾았으면 좋겠고 행복했으면 좋겠고 좋은 대학도 갔으면 좋겠고, 부수적으로 따라붙은 수많은 마음들이 더 있긴 하지만, 큰 탈 없이 잘 자라주길 바라는 마음이 부모의 마음이 맞다.


아이야, 부모의 마음으로 애벌레를 애지중지 잘 키워보렴.

근데 꼬물이, 꿈틀이는 네 마음을 몰라줄 수도 있어. 그렇다고 서운해하진 말고. 원래 자식은 부모 마음을 다 이해하지는 못하는 법이니까.

엄마가 이토록 징그러운 애벌레를 매일 들여다보는 것도 널 위한 큰 마음인데, 넌 아마 가늠조차 못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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