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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Feb 28. 2023

볼살 금지령

나는 둘째 아이의 볼살을 좋아한다. 손으로 아이의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볼살을 만지면 행복 기운이 충전되는 기분이다. 


며칠 전에 자려고 침대에 함께 누워서 여느 때처럼 아이의 볼살을 만지는데 아이가 갑자기 말했다.

"내 볼 만지지 마. 기분 나빠. 나 불쾌해!"

"너무 귀여워서 그만."

"애들도 내 볼 만지고 막 꼬집고 그랬단 말이야. 내가 하지 말라고 해도 귀여운데 어떡하냐며 계속 만졌어."


몇 달 전에 아이는 같은 반 여자 친구들이 자신의 양볼을 만진다고 투덜거렸다. 살살이 아니고 꽤 아프게 볼살을 꼬집어 늘린다고. 그럴 땐 싫다고 말하라고 했는데, 아이는 "어떻게 말해?"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내 볼 만지지 마. 나 불편해. 이렇게 말해 봐."

내 말에 아이는 다시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응? 못 외우겠어. 난 말 못 해!"라고 말했었다.


몇 달이 지나서야 자신의 불편함을 제대로 표현하는 아이 모습을 보고 나는 아이를 칭찬해 줬다. 내심 서운한 마음을 감추고 말이다. 

"그래, 잘했어. 규가 불편하면 불편하다고 말해야지. 그래야 상대가 알아. 앞으로 친구들한테도 불편한 일이 있으면 불편하다고 말해. 그만하라는데도 계속하는 건 안 되는 거니까 엄마가 그만 만질게."


그렇게 볼살 금지령이 내려졌다. 눈앞에 귀여움 가득한 볼살을 두고도 만질 수 없다니. 나는 실수로라도 아이 볼을 만지지 않도록 최대한 자제했다. 볼을 만지고 싶을 때는 볼을 만져도 되냐고 아이에게 물었다. 아이는 단호하게 "안 돼!"를 외쳤다. 머리는 쓰다듬어도 된다고 하여 볼 대신 머리를 쓰다듬었으나, 부족했다. 행복 기운이 충전되다 마는 기분이었다.


아이가 책을 읽어 달라고 오랜만에 내 앞에 앉았다. 나는 이때다 싶어 아이에게 말했다.

"너 이제 몸무게가 꽤 나가서 엄마 무릎에 앉으면 무거운데, 엄마 무릎에 앉는 대신 볼을 한 번 만지게 해 주면 어때?" 

아이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좋아. 대신 꼬집으면 안 되고 오래 만지진 마."

"그래. 엄마가 언제 꼬집은 적 있니? 엄만 살살 만지잖아. 딱 두 번만 만질게."

아이 볼을 위에서 아래로 딱 두 번 쓰다듬고 아이에게 책을 읽어줬다. (괜히 두 번이라고 말했다. 감질나게. 한 열 번 만진다고 할 걸.)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며칠 후에 아이는 볼살 금지령을 해제했다. 단, 잠들기 직전은 안 되고 오래 만져서도 안 된다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볼살 금지령은 해제되었지만 나는 아이의 볼을 웬만하면 안 만지려 한다. 또 한번 만질 때 잠깐만 쓰다듬고 손을 뗀다. 언제 다시 볼살 금지령이 발효될지 모르므로.


귀여움은 죄가 없지만, 귀여운 볼살은 죄가 있다. 

엄마의 마음을 훔친 죄!

 

3년 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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