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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Feb 07. 2023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윤하, '사건의 지평선'

더 붙잡고 있는 게 나의 욕심인 걸 알지만 놓기 싫었던 인연들이 있다.

나에게 더없이 소중한 사람인데 왜 끝을 맞을 수밖에 없는지,

그 끝을 순순히 인정할 수 없어 곱씹고 곱씹었다.

끝을 맞이하고 한참 지난 후에도 생각했다.

불씨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어떻게든 되살리는 게 좋을까,

불씨가 자연스레 꺼지게 두는 게 좋을까.  

더는 내 욕심이겠지.

질척이지 말고 자연스레 보내주자.  

과거의 한 페이지를 가끔씩 넘겨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말할 수는 없지만,

한계를 아는 깔끔한 사람이 되자.




https://youtu.be/BBdC1rl5sKY?t=13

윤하, 사건의 지평선


서점에서 우연히 들은 노래에 마음을 빼앗겼다. 도입부 기타 소리부터 취향 저격이라 '이 노래가 누구 노래건 간에 난 이 노래를 좋아할 거야.'라고 생각했다. 노래 부분이 나온다. 가수의 목소리가 익숙하다. 윤하다.

노래를 듣고 있자니 20대 때가 마구 떠오르며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노래 분위기에 취해 있다 보니 어느새 노래가 끝나간다.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로 끝나는 가사다.


아하, 모 작가님의 글에서 읽은 적이 있는 '사건의 지평선'이구나! 그 글을 읽을 때만 해도 나는 이 노래를 모를 때라 작가님 남편이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 개념에 대해 열띤 설명을 해주는 모습이 상상되어 그저 웃으며 읽었다. 그런데 노래에 꽂힌 다음 가사를 찾아보니 가사가 예술이다.


저기 사라진 별의 자리 아스라이 하얀 빛

한동안은 꺼내 볼 수 있을 거야

아낌없이 반짝인 시간은 조금씩 옅어져 가더라도 너와 내 맘에 살아 숨 쉴 테니

여긴 서로의 끝이 아닌 새로운 길 모퉁이

익숙함에 진심을 속이지 말자

하나 둘 추억이 떠오르면 많이 많이 그리워할 거야

고마웠어요 그래도 이제는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개념이) 서로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곳에 있지만 지금까지의 시간에 감사하고 앞으로 각자 서로를 응원해 나가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로 저한테 들렸던 것 같아요." (출처: 뉴스 브리핑)라는 윤하의 말이 나에게도 큰 위로가 된다.


그래, 사라진 별에 영향을 미치려 하지 말자.

지평선 너머로 가버린 별의 자리는 아스라이 하얀 빛의 흔적만으로 충분하다고.




https://youtu.be/8_hYve8xEsA

뉴스 브리핑 윤하 인터뷰



<그 시절 음악과 이야기>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소개하면서, 그 음악에 얽힌 이야기를 하는 매거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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