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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Jun 05. 2023

엄마가 화났다

최숙희 작가의 <엄마가 화났다>라는 동화를 아이들과 읽었다.


책 속 주인공 산이가 자장면을 먹다가 장난을 치고 샤워를 하다가 비누 거품으로 장난을 치고 벽 한가득 그림을 그려서 산이 엄마는 화를 낸다. "또 시작이다, 또!"라는 말로 이맛살을 찌푸리고 "목욕탕에서 놀다 넘어지면 큰일 난다고 했어, 안 했어!"라고 버럭 소리를 지른다. "이게 집이야, 돼지우리야! 내가 진짜 너 때문에 못 살아!"라며 불같이 화를 내기도 한다. 엄마의 화에 산이는 두려워하다 갑자기 사라지고, 산이를 찾으러 엄마는 여기저기 다니다 결국 아이를 만나고 엄마가 사과한다는 내용이다.


아이가 사고 치는 현장을 보면, 순간 화가 욱 하고 올라오게 마련이지만 화를 잘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나 "너 때문에 못 살아" 등의 말은 아이의 정서만 해칠 뿐 훈육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아이들에게 화를 자주 내지 않는 편이다. 물론 사람이다 보니 한 번씩 욱 하고 큰 소리를 낼 때도 있지만 오래 화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내가 화를 낼 때 우리 아이들은 어떤 감정일까? 이 책을 읽은 김에 아이들에게 물어봤다.

나: 얘들아, 엄마가 화내면 어때?


규(둘째, 초2): 당연히 기분 안 좋지.

나: 그렇지? 엄마가 화낼 때 어떤 생각해?

규: 딴 델 쳐다봐. 엄마 뒤쪽을 보면 엄마를 보는 척하며 딴 데를 볼 수 있어. 그리고 딴생각해.

나: 아, 뭘 잘못했나 생각 안 하고 그냥 딴생각해?

규: 응, 딴생각하다가 엄마가 뭐 물어보면 대답하고 그럼 돼. (씨익 웃으며) 나만의 팁이야.      

나: 그렇구나. 건이는 어때?

건(첫째, 초5): (눈치를 보며) 저는 규처럼 항상 딴생각하는 건 아니고요, 엄마가 왜 화를 내나 생각해요. 저는 가끔씩만(!) 딴생각해요.   

 

아이들의 솔직한 고백에 웃음이 나왔다. 그나마 나와 아이들의 관계가 좋으니 아이들이 편하게 이런 고백을 할 수 있는 거겠지. 훈육은 무섭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단호하고 명료하게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겨본다. 무섭게 해 봐야 어릴 때나 무서워하지, 좀 크면 이렇게 딴생각하며 순간을 모면한다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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