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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Aug 12. 2023

출발과 도착

괌 여행기(1)

여름 휴가로 괌에 왔다. 잘 돌아다니지 않는 우리 가족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괌은 수영과 휴식으로 매일을 채울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출발하는 날, 인천공항은 이른 아침임에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서둘러 체크인을 하고 환전과 로밍을 한 후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출국장과 라운지에도 사람이 많은 걸 보고 드디어 코로나 이전 시절로 돌아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마스크 없이 국가를 넘나들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스레 감격스러웠다.


항공기 지상 연결 관계로 예상 탑승 시간보다 약 20분 정도 늦게 비행기에 탑승하였다. 창가 쪽 두 자리에 아이 둘이 앉고 통로 건너에 우리 부부가 앉았다. 비행기에서 둘만 앉힌 적은 없었기에 괜찮을까 약간 우려되었지만 의젓한 아이들을 믿기로 했다. 그리고 내 예상보다 아이들은 더 의젓했다. 예전 같았으면 뭔가를 도와달라고 수시로 엄마 아빠를 찾았을 텐데 이젠 엄마 아빠를 거의 부르지 않고 각자 헤드폰을 끼고 모니터를 응시할 뿐이었다. (장하다 우리 아이들!!!) 네 시간의 비행 시간이 짧아도 너무 짧게 느껴졌다.


괌 공항에 도착하고 입국 심사와 수하물 수취, 세관 심사가 끝난 후 둘째 아이가 물었다.

"왜 공항인데 분위기가 이렇게 달라?"

둘째가 기억하는 공항이라곤 깔끔하고 현대적인 인천공항과 쿠알라룸푸르 공항뿐이었으니 낡은 괌 공항이 이상하게 보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나라나 도시마다 상황이 다를 수 있다고 설명해 줬다.


우리가 예약한 호텔은 괌에서 수영장과 액티비티가 가장 좋기로 유명한 PIC 호텔이다. 11년 전 첫째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남편과 태교여행으로 괌에 왔었다. 그때 PIC 바로 옆에 있는 호텔에 묵었는데, PIC 수영장을 구경하며 남편과 나는 여러 개의 수영장과 다채로운 액티비티 장소에 감탄했다. 그리고 우리도 언젠가 저렇게 아이들과 즐길 날이 있을까 기대하기도 했다.



5월에 괌을 덮친 태풍 마와르로 괌은 여기저기 피해를 입었다. 내가 호텔을 예약할 때만 해도 모든 시설이 완전히 복구되지 않았다는 소식에 잘 놀 수 있을지 걱정했다. 그러나 도착하여 레스토랑 한 곳과 일부 시설(Swim Thru Aquarium) 외에는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안도하였다.


호텔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오니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나는 외식을 하자고 주장하였으나, 한식파 첫째와 집돌이 둘째는 의기투합하여 저녁을 방에서 먹겠다고 주장하였다. 급한 대로 컵반을 조리하여 아이들에게 제공해 주었다. 아이들이 밥을 다 먹은 후 닌텐도 게임을 연결해 주고 나와 남편은 외식을 하러 나갔다. 비상시에 연락할 수 있도록 전자기기도 연결해 놓았다.


호텔 건너편 식당에 가면서 우리는 "세상에, 애들을 두고 외식이라니 이게 웬일이야!"라는 대화를 하였다. 새삼 아이들이 컸다고 확 느꼈고, 사이좋은 형제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예약을 하지 않아 30분 정도 대기하였다. 주문에도 기다림, 주문 후 음식을 받기까지도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정작 먹는 데 걸린 시간은 얼마 안 되었는데 한참 기다린 시간을 포함하니 두 시간쯤 걸렸다. 중간에 아이들에게 전화했더니 아이들은 닌텐도 스포츠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평소엔 게임할 때 요일과 시간을 제한하는데 여행 와서 두 시간이나 게임을 허용했으니 아이들 입장에선 횡재다. (그 덕에 엄마 아빠도 데이트를 한 셈이니 같이 횡재다!)


오늘은 출발과 도착만으로 하루가 다 채워졌지만 아이들이 부쩍 큰 게 느껴져서 감격스러운 하루였다. 내일부터 수영장에서 신나게 놀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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