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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Aug 13. 2023

물놀이와 액티비티의 천국

괌 여행기(2)

여행 기간 내내 비가 예보되어 있어 걱정했었다. 야외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계획이 없는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올해 5월에 괌을 심하게 할퀴고 갔던 태풍 마와르 때처럼 혹시 심한 태풍이라도 올까 봐 노심초사했었다.



다행히 날씨는 흐린 정도였다. 또한 비가 온다 해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오는 건 아니고, 한번 심하게 쏟아졌다 금방 그쳐서 수영하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PIC 호텔은 시설은 오래되고 낡았지만 수영장이 여러 개라 초등학생이 놀기에 좋은 장소다. 유아들이 놀기 좋은 물놀이터(Siheky Splash Pool),  얕은 어린이풀, 스포츠풀(정확한 이름을 모르겠는데 아쿠아로빅도 하고 징검다리 건너기 대회도 하는 곳), 슬라이드와 연결된 깊은 풀이 있다.


아이들은 슬라이드와 연결된 깊은 풀에서 주로 놀았다. 첫째 건이는 스릴 넘치는 긴 슬라이드를 실컷 탔고, 둘째 규는 긴 슬라이드를 한 번 타보더니 무서웠다며 짧은 슬라이드를 많이 탔다.


출발 이틀 전에 쿠팡에서 부랴부랴 주문한 악어 튜브도 잘 가지고 놀았다. 아이들은 악어에게 '악돌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악어 튜브에 올라타기가 어려운 점에 착안한 남편은 '악돌이 면허 시험'을 만들었다. 아이들은 '악돌이 면허 시험'에 여러 번 도전하여 초급, 중급, 고급, 마스터급, 전문가급, 신급 등의 자격을 취득하였다.

 

첫 날인 화요일은 오전부터 저녁까지 점심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쉬지도 않고 종일 놀았다. 그전에는 아무리 의욕이 넘쳐도 몇 시간 놀면 힘들어했던 거 같은데 아이들의 체력이 늘었다는 것을 느꼈다.


둘째 날인 수요일은 오전에 사진 찍기 좋게 파란 하늘에 쨍한 해가 나온 날씨였으나, 아이들이 놀기엔 너무 뜨거웠다. 점심에 소나기가 쏟아져서 일단 방에서 점심을 먹으며 쉬다가 다시 나가 놀기로 했다. 아이들은 밥을 먹고 나니 피로해졌는지 수영을 그만하고 싶다고 하여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대신 오후에는 수영장 옆에 있는 액티비티 센터에 갔다.


건이가 좋아하는 양궁은 이미 예약이 마감되었다고 하여 다음날에 하기로 했다. 탁구, 테이블 축구는 예약이 필요 없어서 바로 했다. 탁구는 (애들이나 어른이나) 쉽지 않아 몇 번 치다 말았다. 테이블 축구는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옛날 시트콤 <프렌즈>에서 챈들러랑 조이가 왜 그토록 테이블 축구에 집착하나 했었는데, 막상 해보니 의외로 재밌잖아? 둘씩 한 팀이 되어 경기를 했다. 한 명이 공격 쪽 스틱 두 개를 잡고 다른 한 명이 수비 쪽 스틱 두 개를 잡으면 된다. 참고로 나는 공식 '구멍'이라 공격을 하든 수비를 하든 전력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남편이나 건이나 규나 나와는 한 팀이 되고 싶어 하지 않았다. (내가 우리 집에서 이런 입지가 아닌데 말이야!)

 


셋째 날 목요일에도 오전에만 수영했다. 전날 쨍쨍한 태양의 영향으로 건이의 얼굴이 빨갛게 익었다. 까무잡잡한 건이는 얼굴이 빨간색으로 타지 않고 갈색으로 바로 탄다. 이번엔 유달리 빨갛다 싶었는데 아프기까지 하다고 했다. 빨간 데다 얼굴 전체에 오돌토돌 좁쌀 같은 게 잔뜩 올라와서 결국 금요일과 토요일은 수영을 할 수 없었다. 선크림을 바르고 놀았어도 선크림이 물에 씻겨 내려갔을 거 모자도 쓰지 않아서 피부에 화상을 입은 모양이었다. 피부 진정에 좋다는 알로에젤을 발라주었지만 한번 상한 피부는 쉽게 좋아지지 않았다.


급한 대로 수영은 중단하고 액티비티 위주로 놀았다. 전날에 했던 테이블 축구를 또 했고 이번엔 포켓볼도 했다. (얼마 만에 하는 포켓볼이냐!) 건이는 양궁을 연달아 3일 했고 양궁을 싫어하는 규는 하지 않고 바다에 갔다. (취향이 이리 달라서야, 원)  


모래놀이를 하다가 스노클링을 하고 싶다고 하여 바다에서 물안경을 쓰고 살짝살짝 머리를 바닷물에 집어넣었는데, 한계가 있었다. 규는 스노클링 고글을 빌리자고 했다. 입에 무는 공용 장비를 별로 빌리고 싶지 않았지만, 사러 갈 수도 없고 이때가 아니면 스노클링 할 기회도 없을 것 같아서 그냥 빌렸다. 바닷물에 어련히 다 소독이 되겠거니 하고.


스노클링은 신혼여행 이후로 처음 해봤다. 스노클링을 해보스노클링 고글이 생각보다 편해서 놀랐고, 얕은 바다에 물고기가 많아서 또 놀랐다. 스노클링 하고 싶다는 아이 덕분에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 나와 규는 물고기를 많이 봤다고 자랑했으나 바다가 무섭다는 민물파 남편과 건이는 그다지 부러워하지 않았다. (흥!)



수영과 각종 액티비티를 하며 노느라 6박 7일의 일정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예약할 당시엔 여행 기간이 다소 길어 지루하지 않을지 걱정했는데 완전한 기우였다. 괌 PIC는 지루할 새가 없는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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