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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Aug 24. 2023

슈퍼 아메리칸 서커스 (괌 PIC)

괌 여행기(4)

괌 PIC 골드카드(조식+중식+석식 포함 숙박 상품)로 예약 시 호텔 안에서 서커스를 볼 수 있다. 이름 하여 '슈퍼 아메리칸 서커스(Super American Circus)'. 예전에는 횟수 제한 없이 볼 수 있었다고 하는데 이제는 숙박 기간에 한해 1회 관람 가능하다. 수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공연한다. (2023년 8월 기준)


서커스 공연장은 수영장 옆 하얀 천막이었다. 겉에서 보기엔 그리 크지 않은 것 같았는데 들어가 보니 무대도 갖춰져 있고 좌석도 꽤 있었다. 가운데 무대를 두고 삼면에 빙그렇게 둘러 좌석이 위치하고 있었다. 무대 바로 앞자리는 돈을 더 낼 경우 앉을 수 있으나, 추가 지불 없이 앉는 자리도 무대에서 그리 멀지는 않아서 잘 관람할 수 있었다. 다만 공연장의 냉방이 심하게 세서 추웠다. 바람막이 잠바를 가져간 게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추위를 많이 타는 둘째는 다리도 춥다고 하여 나의 긴치마를 아이 다리에 뒤집어 씌워주고 서로 부둥켜안다시피 한 상태에서 공연을 봤다.


공연은 저녁 7시 30분부터 9시까지고, 중간에 15분 쉬는 시간을 제외하면 실제 공연 시간은 약 75분이다. 공연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많이 무겁지 않아 좋았다. 예전에 아이들과 안산 대부도에 갔을 때 동춘서커스 공연을 본 적이 있다. 가격 대비 훌륭한 서커스라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고 나왔지만, 솔직한 심정으로 다시 보고 싶지는 않았다. 공연 내내 너무 조마조마했기 때문이다. 서커스란 속성이 원래 그렇긴 하다 해도 긴장에 긴장을 더하다 보니 나의 피로가 증가하는 느낌이었다.


이번 서커스는 조마조마한 구간도 있긴 했으나 조마조마한 시간이 비교적 짧았고, 중간중간에 무대 전환을 위해 나온 피에로가 공연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피에로가 남자 관객을 무작위로 무대로 부르는 바람에 나의 남편과 나는 긴장했다. 다행히 자신을 부르지 말라고 내뿜는 남편의 안한 눈빛을 피에로도 느꼈는지 남편을 부르진 않았고, 장난을 쳐도 잘 받아줄 것 같은 남자분들을 기가 막히게 잘 불러냈다. 사람 한 명을 불러내서 바보 만드는 것은 우리 부부가 불편하게 생각하는 구식 코미디이나, 그 또한 정도가 과하진 않아서 재미있게 보았다.


에로가 풍선을 관객에게 보내서 풍선 배구를 하다가 어떤 '나쁜 (역할을 맡은) 사람'이 바늘로 풍선을 확 터뜨리고, 새로운 풍선으로 다시 풍선 배구를 하면 어디선가 몰래 나타난 '나쁜 사람'이 또 바늘로 풍선을 터뜨리다가 마지막에 그 '나쁜 사람'이 터뜨린 풍선이 물풍선이라 물을 뒤집어썼는데, 그 코너가 가장 재밌었다고 아이들은 말했다. 일광화상으로 컨디션이 안 좋아 하루종일 심드렁하던 첫째 아이도 이때만큼은 깔깔대며 웃었다.    


사다리 위에서의 공연, 곤봉 공연, 큰 원형 구조물에서의 기예(거기서 줄넘기하지 말아 달라고... 눈은 또 왜 가려!), 외줄에서 오토바이 타기, 줄에 매달려 공중 공연, 좁은 구 안에서의 오토바이 묘기(멋있으나 둘째는 기름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등을 보니 공연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여행에서 돌아와서도 아이들은 서커스 얘기를 많이 한다. 둘째는 PIC 서커스가 진지함과 웃긴 게 섞여 있어서 좋았다고 한다. 동춘 서커스는 너무 진지했고, 더 어릴 적 놀이공원에서 본 서커스는 줄만 타고 올라가서 재미가 전혀 없었는데 PIC 서커스는 정말 재밌었다고 싱글벙글이다.


여행이 끝난 지 열흘이 지났어도 어제 서커스를 본 것처럼 여전히 까르르 웃으며 대화하는 우리. 우리의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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