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세상에 태어나면 엄마 뱃속과는 다른 완전히 다른 세상이 아기에게 펼쳐진다. 그러니 처음엔 얼마나 무섭고 신기할까? 아기가 몇십 일쯤 되면 제 손도 신기해서 물끄러미 바라본다. 자기의 손을 한 번 보고 손을 움직여도 보고 손을 빨았다가 또 주먹을 쥐어 살살 돌려보며 그것이 자신의 손임을 알게 된다.
저 아이가 지하철을 타보고 지하철 방송을 듣는 것처럼 신문물을 경험하면서 (아이들에겐 모든 게 새로우니) 세상을 알아가는 것이 성장이리라.
얼마 전에 인터넷으로 장 본 물건이 왔는데 드라이아이스가 제법 큰 상태로 남아 있었다.
몇 년 전에 우리 아이들에게 드라이아이스는 아주 좋은 놀잇감이었다. 과학 실험하자며 드라이아이스를 큰 보울에 넣어서 먼저물을붓고 연기를 관찰했다. 그러다가 세제를 살짝 넣으면 크고 작은 비눗방울이 뽀글뽀글 생긴다. 점점 커지는 비눗방울이 보울 밖으로 넘칠까 봐 입으로 후 불면 아이들의 눈총을 받았다. 그래놓고 아이들도 번갈아가며 입김을 불었다.
드라이아이스+물+세제의 결과물
과학실험의 끝은 항상 난장판이었다. 세제를 더 넣어보자, 물을 더 넣어보자 하다가 비눗물은 보울 밖으로 흘러나오곤 했다. 바닥을 닦으며 '에휴, 다음엔 드라이아이스 실험하지 말아야지.' 생각하다가도 드라이아이스만 보면 아이들이 좋아할 거란 생각에 아이들을 어김없이 불렀다.
드라이아이스를 보고 몇 년 만에 아이들을 불렀다.
"엄청 큰 드라이아이스가 왔는데 너희 드라이아이스 실험할래?"
"아뇨, 됐어요."
둘은 예상대로 시큰둥하게 쳐다보며 거절했다.
아이들이 당연히 안 한다고 할 걸 예상했으면서도 막상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오질 않으니 묘하게 서운했다.
그래, 드라이아이스가 더 이상은 아이들에게 신기하지 않겠지. 연령대에 따라 어떤 물건이 신문물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니까.
우리 아이들에겐 이제 무엇이 신기할까? 아직은 아이들이 세상에 심드렁하지 않았으면 한다. 계속 신기하고 재밌는 일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마고하구 마고하구 하는 지하철 아이야, 신기할 때 많이 신기해하렴. 참고로 아줌마 큰아들도 6년간 지하철에 홀릭해서 지하철 노선이랑 방송 외우고 그랬단다.
대문 이미지: 아이들이 어릴 적 좋아하던 밀가루 반죽 놀이. 이것도 이제 하자고 하면 심드렁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