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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Dec 21. 2023

예상치 못한 기쁨

아이를 키운다는 것

며칠 전 몸이 유달리 찌뿌둥한 밤, 아이들을 빨리 재우고 스트레칭 잠깐 하고 10시 반에 방송하는 '최강야구'를 보려 했다. 나는 보통은 아이들이 잠들 때까지 같이 누워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다가 아이들이 잠들면 나오는데, 그날따라 유달리 아이들이 잠드는 데 오래 걸리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는 "엄마는 거실서 스트레칭 좀 할 테니 둘이 자거라."라 말하고 부리나케 나왔다.


거실에 요가 매트를 깔고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했다. 몇 동작 하지도 않았는데 잠이 안 온다며 나온 둘째. 말로는 스트레칭을 같이 하자고 궁둥이를 나한테 딱 붙이고 앉아서는 나의 스트레칭을 방해한다.

"이게 같이 하는 거야? 엄마 방해하는 것 같은데?"

아이가 헤벌쭉 웃으며 하는 말.

"엄마랑 함께해서 행복해."



육아를 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은 나의 예상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이 낮잠 시간에 먹으려고 말아놓은 시리얼은 아이가 예상보다 빨리 깨서 불어 터졌고, 아이가 잘 먹을 걸로 생각했던 이유식은 아이의 외면에 음식 쓰레기로 직행했었다. 아이가 좀 커서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학교 간 동안 모처럼 친구와 만나려고 약속했다가 아이가 아파서 취소한 일은 다반사, 아이 재우고 드라마나 예능 본방 사수하려는 건 언감생심이었다.  


나의 예상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아 화가 난 적도 많았지만, 돌아보면 예상치 못한 기쁨도 있었다. 며칠 전 밤처럼. 사실 둘째가 안 자고 방에서 나올 때 짜증이 살짝 났지만, 엄마와 함께해서 행복하다는 말에 짜증이 사르르 녹고 말았다. 나는 아이를 꼭 안아준 후 최강야구 본방 사수를 과감히 포기하고, 아이를 방에 데리고 가서 아이가 잠들 때까지 함께해 주었다.



얼마 전엔 아이에게 칭찬 상장도 받았다. 학교 국어 시간에 한 활동이라며 아이가 담담하게 건넨 상장의 내용을 읽고 나도 모르게 코끝이 시큰해졌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 감동이 컸다. 이런 순간이야말로 아이를 키우면서 얻는, 예상치 못한 기쁨이다.   


칭찬 상장
위 엄마는 제가 아팠을 때 거의 밤을 새우도록 물수건질 해주고, 만져주고, 열 재주고, 약을 먹여주었기에 이 칭찬 상장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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