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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Feb 03. 2022

큐브를 맞추며

아이의 큐브를 맞춰본다. 

여태껏 살면서 큐브의 한 면이라도 맞춰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예전엔 조금 맞추다가 화가 나서 포기했다.

 

우리 아이도 이미 큐브의 조각조각을 부숴서 억지로 끼워 넣었다. 부숴서 맞추지 않으면 영원히 안 될 것 같은 그 마음 잘 알지. 그러나 한 번 (사실 한 번이 아닌 여러 번) 부쉈다가 낀 큐브는 너덜너덜해졌고 그립감이 예전만 같지 못하여 이별을 하고 새로운 큐브와 만나게 되었다. 


어쨌든 이제 나는 화를 다스릴 줄 아는 성숙한 어른이니 다시 한번 도전해 보기로 한다.


시작은 한 색깔을 정해서 십자 모양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유튜브 큐브 강의 참조) 십자 모양까지는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는데 그 '누구나'에 나는 포함이 되지 않는 모양이다. 30분, 40분 낑낑대다가 그냥 내 맘대로 하기로 한다.


돌리고 돌리고 맥락 없이 돌리다 보니 9개 한 면 중 7개까지 맞췄다. 어차피 여섯 면을 다 맞출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제발 한 면만이라도! 


여기서 딜레마가 찾아온다. 나머지 2개를 맞추기 위해선 애써 맞춰놓은 7개를 흐트러뜨리지 않으면 안 되는데, 만지작거리다 보면 맞춰놓은 7개마저 산산이 흩어지고 만다. 안 돼!!! 내가 이 7개를 어떻게 맞췄는데? 그렇다면 나는 맞춰놓은 7개를 지키기 위해 여기서 멈춰야 하는가, 나머지 2개를 맞추기 위해 더 도전해야 하는가?


그리고 분명 노란색을 목표로 큐브를 맞추기 시작했는데 나중에 보면 초록색이 더 많이 맞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또 선택을 해야 한다. 나는 노랑을 포기하고 초록 노선으로 갈아타야 하는가?


인생에서도 항상 갈림길이 찾아온다. 이 구멍을 파야 보물이 나올까, 저 구멍을 파야 보물이 나올까? 옳은 선택을 했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우직하게 땅을 파내려 간다. 버티는 자가 승자라는데 혹시 잘못된 구멍을 무식하게 파고 있는 건 아닐까? 여기가 아니란 생각이 들면 이제라도 다른 구멍을 파야 하지 않을까?


내가 여태껏 가진 것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가진 것을 지켜야 할까? 혹은 만족스러운 다른 결과를 더 얻기 위해 지금 가진 것을 포기하는 편이 나을까? 


큐브를 맞추며 인생에 대해 생각한다. 

큐브를 끝내 맞추지 못했고, 인생에 대한 결론도 내리지 못했다.

몰랑이 큐브 (색깔 큐브도 어려운데 그림 큐브는 훨씬 더 어렵다)

+ 저글링을 하며 세 개의 큐브를 맞추는 놀라운 이가 있어 영상을 공유합니다.

https://youtu.be/q6AsllXpKB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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