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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Feb 14. 2022

입학 선물

규야!

오늘은 엄마 회사로부터 너의 초등 입학 선물이 도착했단다.

형아는 "규 좋겠다. 난 이런 거 안 받았던 거 같은데."라고 말했지.

건이  입학 때도 받았어 인마~


그땐 엄마가 퇴근하고 오니 이미 상자는 풀어헤쳐졌고 학용품은 여기저기 퍼져나간 상태였지.  트라이앵글과 미니 심벌즈를 쳐대고 리코더를 불어대며 혼란 속에 엄마를 맞이해 줬던 게 엊그제 같단다. 그런데 어느새 3년이란 시간이 흘렀구나.

 당시, 그리고 얼마 전에도 악기를 두드리며 창작 활동을 하는 너희들의 모습에 질려 이번엔 리듬악기 세트를 신청하지 않았지.


얘들아!

오늘 엄마가 마침 재택근무를 해서 학용품 산발 사태는 막을 수 있었구나.

이번엔 오카리나 세트를 신청했는데 규가 오카리나를 불 줄 모른다고 말해 주어 정말 다행이야. 앞으로도 굳이 불지 않아 주었으면 해. (농담이야. 언젠간 멋진 연주 들려주길. 그러나 엄마는 오카리나 불 줄 모른다.)


규가 저녁 먹다 말고 양치도 안 한 입으로 리코더를 불었지만, 그건 용서해 줄게.

형은 늘 그랬거든.


규야, 선물세트에 동봉된 카드에 네 이름은 왜 안 써주냐고 묻지 마. 회사는 네 이름 몰라.

이런 선물 주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지. 엄만 이 선물세트 받을 때면 진심으로 애사심이 불타 올라.


3년 전에 입학 선물 받았을 땐 회사에 충성하겠다고 생각했어.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고. 엄마는 이미 충성할 만큼 충성했단다.


엄만 이만 자야 할 거 같아.

내일은 신나는(!) 출근이거든.

내일은 또 어떤 드라마틱 타스틱 액티브 사건들이 펼쳐질까 기대돼서 잠이 안 오지만 이만 잠을 청해 볼게.


입학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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