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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Feb 18. 2022

아이의 소중한 보물

"엄마, 4학년이 되면 풀라임과 지가슬 만드는 법을 저희 반에 전파할 거예요."

큰 아이는 며칠 전부터 들떠 말했다.


풀라임은 풀로 만든 슬라임이고, 지가슬은 지우개 가루 슬라임이란다.

고학년이나 돼서 그게 특기가 될지는 알 수 없으나, 본인이 전파하겠다니 뭐 그러라고 했다.

이미 집에선 동생에게 전파해서 끈끈한, 시커먼 작은 덩이들이 굴러 다니고 있다.


재택근무 끝나고 몸이 피곤하여 잠시 누워 있겠다고 했다. 남편이 저녁을 준비할 때까지 누워서 브런치 피드를 읽을 셈이었다.


"누가 지우개 똥을 식탁 위에 놨어?"

하는 남편의 소리가 들리더니, 큰 아이가 울상이 되어 내게 왔다.


"엄마! 아빠가 풀라임이랑 지가슬을 버려 버렸어. 내가 그거 만드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아, 저런. 네가 밥 먹는 식탁 위에 올려놓으니 아빠가 버리셨네. 이제 앞으로 책상에만 놓고 식탁 위엔 놓지 마."


"지가슬은 미술학원에서 스케치할 때만 만들 수 있단 말이야. 이제 채색 들어가서 한동안 스케치 안 한단 말이야. 지우개 가루를 모을 수 없는데 언제 다시 만들어?"


"그렇다고 쓰레기통에 들어간 걸 꺼낼 순 없잖아."


아이는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얼굴을 나에게 파묻는다. 하는 수 없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이제 방금 누웠는데! 아직 글 한 편도 못 읽었는데...)


 쓰레기통을 뒤졌다.

"여깄다!"

기쁨을 담아 큰 소리로 외치며 시커먼 끈적이는 물체를 아이에게 건네 주니 아이가 "이건 풀라임." 한다.


"지가슬을 찾아야 한단 말이지. 지가슬, 어딨니?"

쓰레기통을 살짝 뒤졌으나 작은 물체는 보이지 않았다.


"엄마가 열심히 찾아도 지가슬은 못 찾겠네. 풀라임 찾았으니까 그거 가지고 가."


아이는 언제 울상이었냐는 듯이 끈적이는 시커먼 풀라임을 들고 신나게 갔다.

아이의 보물을 쓰레기통에서 찾았다.

지가슬은 2주 뒤에 만나요~!


이미지 출처: 코스트코(딱풀), SSG(점보 지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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