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주차

by JOO

몇 년째 초보운전인지 모르겠다.

면허를 딴 지는 20년이 넘었으나, 면허증은 신분증일 따름이었다.


그러다가 한 6년 전에 거금 20만 원을 들여 운전 연수를 했다. 의외로 운전이 재미있었다.

가까운 거리는 몇 달간 살살 운전을 했다, 가벼운 접촉 사고가 나기 전까지는.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우리 차의 범퍼가 무기력하게 툭 떨어진 모습을 보고 나니 운전하기가 무서워졌다.


혼자 다닐 땐 그냥 걷는 게 좋다. 뚜벅이일 때가 마음 졸일 필요도 없이 세상 편하다.

우유와 계란처럼 무거운 것을 사서 낑낑대고 들고 가도 그편이 낫다.


운전을 쉬다가 한 3년 전부터 아주 가까운 거리만 운전을 한다. 그것도 훤히 아는 길만.

운전을 다시 하게 된 것은 아이들이 상가 학원에 갈 때 걸어서 가면 10~15분이 걸리는데 차로 가면 금방 가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주차다. 걸어가기 늦을 것 같아서 차로 왔는데, 차로 와도 비슷한 시간에 도착한다. 분명히 3~4분 걸려 온 것 같은데 주차하는 데 시간을 많이 빼앗긴다. 아주 가끔만 운전하지만 그래도 그나마 주차 실력이 늘어서 한 번에 주차할 때도 간혹 있다. 바로 오늘이었다.


작은아이 바둑학원에 데려다줄 때 웬일로 한 번에 주차에 성공했다.

비록 모양은 삐뚤지만, 칸 안에 들어갔으니 성공이다.


"오!"

"엄마, 왜?"

"엄마 주차 한 번에 성공했어!"

작은아이는 별 반응이 없었다. (큰 아이였다면 아마 크게 호응해 주었을 터인데.)


작은아이를 바둑 학원에 들여보내 주고 큰아이 축구 끝날 시간이 되어 큰아이를 만나서 차에 탔다. 집 주차장에 와서 방금 전 작은아이 앞에서 보여준 주차 실력을 과시하고 싶었으나, 이상하게 앞뒤가 다 끼여버린 상태가 됐다. 앞으로 가면 경고등이 울리고 뒤로 가도 경고등이 울리고. 멀미가 심하고 성미가 급한 아이지만 상황이 심각해 보였는지 아무 말도 안 하고 잘 기다려 주었다. 그러나 이 상태가 계속되자 아이는 말했다.


"그냥 딴 데 대요."

"그게 좋겠지?"


이럴 땐 '한 우물만 파라',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가 통하지 않는다.

여기가 아니다 싶으면 빨리 다른 데로 가야 한다. (이미 빨리가 아니었다.)


다른 데로 가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고개를 한껏 내빼고 차가 다른 차에 닿지 않는지 앞을 보며 차를 겨우 빼서 다른 자리로 갔다. '여기라면 할 만하지.' 하며 차를 후진했다가 다시 전진했다가 하자, 이미 오래 참았던 아이가 말한다.


"아빠 부를까요?"

"아니야, 할 수 있어."


뭔가 거의 되어 가는 것 같은데 아이가 "내리고 싶어요. 내려 주세요."라고 한다.

"먼저 내려줘? 근데 거의 다 됐어."


후우...

주차하는 데 10분은 걸린 듯하다. 집에 와서 잠깐 앉아 있으니 어느새 작은아이 데리러 갈 때다.

운전은 힘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