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에 뭔가를 시켜 먹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집에 있는 컵라면을 먹기로 했다.
혼자 있을 땐 음식 배달도 고민이 된다. 1인 메뉴 배달이 가능하다고 해도 최소주문 금액을 맞추고 배달료까지 추가하고 나면 간단히 먹으려던 점심이 거한 오찬이 되어 버리곤 한다.
컵누들은 양이 적고 콜라겐 면으로 되어 있어 밤에 애들 재우고 야식으로 먹을 때 적당하겠다 싶어 몇 개 사두었다. 우동맛, 매운맛, 잔치국수는 내가 많이 먹어봤던 맛이고 매콤찜닭맛은 처음 보는 맛이라 하나 담아왔다. 네 가지 중에 세 가지는 다 먹었고 집에 마침 남은 맛은 매콤찜닭맛이었다.
찜닭은 혼자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아닌데 컵라면으로라도 찜닭 비스무리한 맛을 느낄 수 있다니 기대가 되었다. 물론 점심으론 다소 부족한 양이지만 '부족하면 이거 먹고 다른 거 또 먹지'라는 생각으로 물을 끓였다.
표시된 선까지 물을 붓고 뚜껑을 닫고 핸드폰으로 4분 타이머를 맞췄다.
'시간이 또 중요하지! 라면 회사에서 괜히 레시피를 만든 것이 아니니까!'
4분 후 뚜껑을 열었다. 국물이 한가득이다. '음... 이게 원래 이런 건가?'
설명서를 읽어보니 건더기 수프만 먼저 넣고 물을 붓고 4분 후 물을 따라버린 후 양념장을 넣어 비벼 먹는 순서였다. 뚜껑 위의 물 따라붓는 부분도 그제서야 보였지만 사태가 다 벌어지고 난 후였다. 물을 이제라도 따라 버려야 하나, 아니면 그냥 이 채로 먹어야 하나 잠시 고민하다가 국물 가득한 상태로 먹기 시작했다.
맛은 뭐, 예상대로 싱겁고 밍밍했다. 찜닭의 발끝 언저리 맛은 느낄 수 있었다.
역시 라면 회사에서 괜히 레시피를 만든 것이 아니다.
나 자신한테 잠시 화가 났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나는 사소한 거 못하는 게 참 많다.
언젠가는 버스 환승을 해야 하는데 탈 때 찍은 카드와 내릴 때 찍은 카드가 달라서 환승 적용을 못 받아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적이 있었다.
또 언젠가는 양꼬치 배달을 시키는데 아이들 용으로 '매운 양념 뿌리지 말라'는 코멘트를 적지 않아 한 시간 기다려 받은 배달 음식을 애들에게 못 먹인 적도 있다. 그때 '난 이런 것도 세심하게 챙기지 못해서 애들을 실망하게 한 엄마야.'라며 자책했다.
일하면서도 하나씩 놓치는 부분들이 생기면 '그걸 왜 못 봤을까? 그걸 챙겼어야 하는데..'라며 속상해한다.
매번 그럴 때마다 화를 내거나 우울해 봤자 결국 나만 힘들어질 뿐이다.
컵누들 다른 맛과 같은 방식으로 접근한 게 오늘 실수의 원인이었으나, '그럴 수도 있지.'라며 넘어간다. 나 자신을 좀 더 관대하게 대하기로 한다.
컵누들 매콤찜닭맛은 다음에 다시 사서 맛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