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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똠또미 May 24. 2024

표현해도 모자랄 판에 : 9

나는 일을 좋아한다

프로 엔잡러




성격 자체가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는 성격이 아닌지라 사무직을 하려는 생각도 안 했으며 사무직을 애초에 넘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상담 일도 의자에 가만히 앉아서 있는 일이라 날이 갈수록 엉덩이 크기와 허벅지 두께는 점차 늘어가는 일이라 사무직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그래도 서로 다른 것을 논하자면 매일매일 다른 출근지에 마치 뷰티인사이드 영화처럼 매일 나를 새롭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상담사라는 직업이 나에게 잘 맞는지 물어본다면 '글쎄'

말만 듣고 공감해 주며 새로운 생각을 하며 적응적이고 안정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지만 막상 그게 쉽지 않을 땐 나 조차도 지치기도 하고, 소리를 지르며 내 생각을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기도 하다.


또한 상담뿐만 아니라 치료를 병행하는 치료사가 되기도 하고, 오전에는 강사 일을 하기 때문에 하나의 일을 지속하지는 않는다.


엄마는 늘 나에게 "다른 일 할 생각 하지 말고 본인 일이나 집중해. 원래 하던 일을 해야지 제일 잘하는 거야 사람은. 욕심부리거나 한눈팔지 말고."라고 하신다.


하지만 그건 엄마의 말일뿐이다. 주의력이 부족하고 금방 싫증을 내는 사람에게 하나를 오래 하는 것은 '우울증에 걸려라. 인생을 재미없게 살아라.'라는 마법을 거는 주문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내 맘 속 상태


가끔씩 상담이나 치료사 내담자를 변화시켜 줄 것 같다는 부푼 기대감을 가지고 오시지만 사실 나는 오은영 박사님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치료법을 당장 내주기보다는 내담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따라가 주는 일을 더 잘한다.


그들의 시선과 환경을 생각하며, 개인이 가진 기질과 성격을 계속 탐색한다. 그들이 살아온 삶에서 획득한 행동을 통하여 어떤 의도로 이런 말을 하는지, 그들이 말하는 어려운 상황은 왜 발생을 하는지 탐색하며 행동관찰을 한다. 내가 오로지 상담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더 나은 방법을 함께 찾아 나가는 것이지 확고한 진단을 하지는 못한다.


그러다 보니 그들의 삶을 이야기해 주며 마음을 내어 주며 내가 이해할 수 있도록 경계를 풀어주는 내담자들에게 고마움을 많이 느낀다.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것을 통하여 그들을 이해하고 더 나은 환경을 가질 수 있도록 그들의 입장에서 안전한 방법들을 함께 찾아나가는 노력을 할 뿐이다.


어린 시절 친구와 비밀을 나누면 더 돈독해지는 것처럼, 그들이 말하는 개인적인 삶은 상담에서 비밀을 원칙으로 하지만 이 원칙이 아니어도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며 서로를 더 이해하고 알아 갈 수 있도록 해주는 내담자들에게 다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늘 감사하다.


그래서 이 일이 더 좋은 걸까?


비웃는거 아니고 뿌듯하게 웃는겁니다.


치료를 하다 보면 다양한 발달 장애를 경험하는 아이들이 많다. 신경학적인 문제도 있지만 양육에서 기인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가 부정적인 피드백이 결국 아이의 인생을 망치게 되어서 낙오자로 낙인 된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좋지 않기도 하다. 그런 아이들을 위해서는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놀이를 진행한다.


상담이나 치료 일을 하면 자신에게 잘 맞는 내담자 혹은 이용자들이 온다. 그들 중 나와 가장 잘 맞는 성향의 아이들은 자폐 스펙트럼의 아이들이다. 남들이 보면 이해를 못 할 수 있어도 나는 아이들의 시선에서 보면 무엇에 몰두하고 어떤 놀이를 하고 싶은지 알 수 있었다.


원하는 놀이에 혼자가 아닌 같이 하는 놀이의 즐거움을 깨닫게 해 주고, 함께 놀면서 행동 조성이 될 수 있도록 하며 변화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안도감을 느낀다. 내가 일하는 센터에 와서 나를 와락 껴안거나 손을 잡으며 친밀감을 표현하며 눈 맞춤을 해주며 변화하는 행동에 아이들의 보호자도 그리고 나 조차도 마음이 뭉클해지는 순간들이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감동적인 감정이 요동치게 만들어 주어서 이 일이 좋은 걸까?




강의를 하면 새벽부터 집에서 나가야 하는 날이 있다.


먼 시골 마을 분교, 부유한 집 자식들이 다닌다는 학교, 학교에 3%만이 한국인이라는 학교, 평생교육원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면 너무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거나 집으로 돌아와서 허전함과 쓸쓸함을 느끼기도 한다.


연예인들이 이래서 우울증에 걸린다는 말을 들었지만 연예인이 아닌 나는 겉멋이 들린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우울을 이겨내려고 하기도 한다.


우울해도 강의를 가는 이유는 떠나는 길이 설레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한적한 도로를 달리면 평온하고 여유롭게 느껴져서 기분이 좋다.

오늘은 어떤 사람들을 만날지 궁금하기도 하고, 막상 강의 중에 예상치 못한 질문이나 새로운 상황이 생긴다면 위기를 넘기는 것도 나를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에 짜릿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만큼 강의는 내가 살아있다는 존재를 느끼게 해 주며 생동감을 불어넣어 준다.


그래서 그런가 그냥 다양한 일을 하는 지금도 나는 일 할 수 있는 지금이 너무 감사하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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