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똠또미 May 29. 2024

이제는 좀 달라지고 싶어

뭔지 모르는 맘 속 싹이 자라났다

가슴이 간지러워 긁었지만 그건 내 맘 속이었다





친구들의 사과를 받고 난 후 기분이 이상했다.


죽기를 바랐던 아빠의 존재가 없어지자 다들 나에게 사과를 했다.

죄책감이 밀려왔다.


나 그렇게 힘들지 않은데.

이상하게 알 수 없는 감정에 시달렸다.


친구가 있으면서도 외롭고, 그러면서도 혼자 있고 싶은 기분이었다.




중학교 2학년이 되자 어느 정도 학교 생활에 적응을 했다.

두루두루 곧잘 지내고 그동안 많이 관계도 회복되었을뿐더러 가족들도 큰 탈이 없었다.


하지만 내 맘은 여전히 이상했다.


엄마도 혼자 가게를 오가시느라 바빠서 내 생일을 챙기지 못했다. 섭섭한 마음에 케이크를 아침밥상에 놔달라고 화를 내고 학교에 오자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학기 초에 생일인지라 축하를 많이 받지는 못했다. 개학한 지 고작 일주일밖에 안 지나서 생일이라 다들 여간 바쁜 게 아니기도 했지만 엄청 친한 친구가 없어서 생일을 축하해 주는 친구들도 많이 없었다.


아무에게도 오늘 기분이 좋지 않은 아침 시작이었음을 토로하지 못한 채 여전히 좋지 않은 기분으로 하교를 하고 집에 왔다.


생일이니깐 오늘은 학원에 가지 않고 쉬는 게 생일 선물이다.


기분도 꿀꿀하니 밀린 잠이나 실컷 자야지 하는 생각으로 드러누웠다.




5시 30분 정도 되었을까?


눈을 따갑게 비추는 태양이 커튼 사이로 밀려 들어왔다. 눈을 뜨라는 듯 너무 강렬한 햇살에 앞도 잘 보이지 않았다. 그냥 멀뚱히 앉아서 쏟아지는 해를 쳐다봤다. 몽롱함이 가시기 목이 말라서 주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누가 장난이라도 친 걸까?


내가 먹고 싶던 생크림 케이크가 식탁 위에 올려져 있었다.

귀신이 곡 할 노릇이다. 아무런 인기척도 없던 집에 달콤한 과일이 올라간 케이크를 누가 갖다 놨을까?


너무 기분이 좋으면서도 슬픈 마음이 휘몰아쳤다.


외로움과 우울함이 나를 감쌌다.

그렇게 눈물을 흘리며 책 구절 속 내용처럼 눈물 젖은 빵을 맛보았다.


기억력이 좋은 나지만 사실 아직까지도 당시의 일이 꿈인지 현실인지 모르겠다. 지금 기억은 그때 느꼈던 감정만이 남아있다. 


나 외 다수


케이크를 다 먹고 든 생각은 '그래, 이제 변하자.'였다.


아빠의 그늘에서 벗어나서 좀 더 나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졌다. 죄인처럼 숨어 지내기보다는 솔직한 나를 표현하고 싶었다.


부모가 없으면 좀 어떤가. 부모가 있어도 망나니처럼 사는 사람도 많은데 나도 좀 숨 좀 쉬고 살자는 생각을 했다. 어떤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지금은 내가 가진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춤을 추고 싶었다.


죽으라며 저주했던 마음을 죄송하다며 사과하고 싶은 마음과 조금은 더 나로서 나를 표현하고 싶은 춤을 추고 싶었다.


답은 없지만 뭔지 모르는 모호함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달라지고 싶었다.
이전 04화 취약함을 빌미로 사과하지 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