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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똠또미 May 15. 2024

어른들도 유치해

자기 합리화의 최고는 남 핑계

때문에, 뭐든 통용되는 말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심심치 않게 싸우는 커플들을 볼 수 있다.

남자친구와 길을 지나다니면서 싸우는 커플을 본다면 남자친구는 조용히 읊조린다.


‘어! 저기 한 커플 깨진다. 깨갱갱~’이라며 꽹과리를 치는 듯 춤을 추며 놀리는 행동을 한다.

그런 남자친구에게 내가 하는 말은 “조심해. 우리 얘기가 될 수 있어. “

내 말에 장난을 치던 남자친구는 행동을 멈추고 차가운 눈빛을 하며 왜 그렇게 말하냐고 서운해한다.




사실 서운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만약 이게 우리 이야기라면 이렇게 웃으며 장난을 칠 수 있을까?


인간은 참 간사하고 유치하다. 만약 내 일이라면 이렇게 웃으며 장난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장난이지만 그런 장난이 진실이 되려면 우리는 이미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부인하며 상대방 탓을 하고 있을 것이다.


너 때문에.

가장 유치하지만 가장 그럴싸한 핑계가 될 수 있는 싸움의 불씨.

이런 불씨를 어른이 된 지금도 우리는 방어를 위해 사용한다.



요즘 치고는 다소 이른 28살에 결혼 한 친구가 한 명 있다. 신혼과 동시에 아이를 낳은 친구는 초보 엄마이지만 강단 있게 견디려고 한다. 미숙하지만 열심히 아이를 키우려는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노라면 행복해 보이지만 가장 바쁜 삶을 살고 있는 듯하였다.


하루 종일 아이를 안고 있다 저녁밥까지 먹이고 나면 남편이 퇴근하고 돌아온다. 아기가 귀여운 남편은 잠들려는 아이를 안으며 놀아주면서도 귀여운 모습에 장난을 친다. 아기는 아빠의 장난에 단잠에서 깨어나자 큰 소리로 울어버린다.


그때 친구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오빠 때문에 애 깼으니깐 오빠가 재워.’

귀여운 모습을 보고 애정 표현을 했지만 남편을 탓하는 친구의 돌아오는 말이 참 차갑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그래도 친구를 이해할 수 있는 건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본 친구의 육퇴에 사건이 발생했다고 생각하면 예민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순간 여러 생각을 하면서도 말 안에 존재한 ‘때문에’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게 느껴졌다.

 



이렇듯 때문에는 온 세상 곳곳에 퍼져있다.


나 혼자 일을 하는 상황에서도 갑작스러운 일이 생기면 일을 빨리 처리하지 않은 나 자신을 탓하기보다는 이런 상황이 발생한 환경을 탓하게 되어버린다.


문제가 발생하면 나보단 남을 탓해야 나의 죄가 면책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서였을까?


여전히 귀엽고 싶은 유치한 나


7살, 유치원에서 가장 친한 친구와 엄마놀이를 했다. 엄마 역할이었던 난, 친구가 유치원 친구라며 다른 친구를 데려와서 노는 친구에게 간식을 만들어 주는 상황을 연출했다. 하지만 친구는 간식을 안 먹겠다며 자신의 친구와 노는 모습에 화가 났었던 것 같다. 놀이임에도 서러움이 밀려와서 안 놀겠다며 짜증을 내고 놀이를 그만뒀던 것 같다.


유치원 선생님이 다가와서 상황을 물어보기에 “xx이가 저랑 안 놀겠대요.”라고 이야기를 했던 거 같다.


사실 친구는 놀지 않겠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내 생각과 다른 놀이의 전개에 속상했으며, 내가 무언가를 줬을 때 거절을 당했다는 상황에 상처를 받은 것 같다. 또한 나와 상의하지 않은 채 다른 친구를 데려온 친구에게 화가 났지만 그런 상황을 다 설명할 수 없어기에 단순히 ‘때문에’라는 말로 상황을 설명하고 놀이를 끝낸 나의 행동을 정당화시키려 한 것 같다.


친구 입장에서도 나 때문에 즐거운 놀이를 멈춰야 했기에 속상했겠지만, 이 갈등에서 우리는 모두 자신의 잘못을 축소화하고 타인을 원인으로 돌리며 유치한 발 빼기를 한다.




어른이 된 지금은 어떨까?


여전히 우리는 관계 때문에 힘들어한다. 여러 상황에서 갈등을 경험할 때 내 잘못 보다는 상대방의 부족을 확대해서 죄를 면책받으려 한다.


내가 하나를 줬을 때, 상대방이 그 하나를 다시 주지 않으면 서운한 마음을 느끼지만 그 서운함을 풀어내기보다는 유치하게 다른 행동으로 꼬투리를 잡는 유치한 행동을 한다.


내 유치한 감정을 말하면 정말 유치한 사람이 될까 봐. 여전히 우리는 나보단 상대에게 ‘때문에 공식‘을 사용하여 이해받고자 하는 미성숙하고 유치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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