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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똠또미 Jun 05. 2024

말리지 마, 내 맘이야

나도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이것만은 하고 싶어

심장은 두근두근 뛰는 것만은 아니다





종종 좋아하는 것을 하기 전에 혹은 무서움을 경험하기 전에 우리의 심장은 거세게 뛴다.

뛰는 심장 소리는 두근두근 일 수도 있지만 쿵쿵 일 수도 있다. 혹은 누군가는 쾅쾅이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폴짝폴짝 뛰기도 한다고 한다.


나는 중대한 말을 하기 전에 심장이 벌렁거렸다.


"엄마 나 춤추고 싶어."


이 말은 들은 엄마는 대수롭지 않게 "춰 그럼."이라고 했다. 다닐만한 댄스 학원을 알아보자 막상 근처에는 적당한 곳이 없기 때문에 시내로 나가야 하고, 시내로 오가는 버스비와 학원 수업료, 늦은 시간 수업 시간은 엄마에게 모두 불만족스럽기 충분했다.


결국 조금은 촌스럽지만 동네에 있는 작은 주민센터에서 방송댄스 수업을 신청하였고 중학교 2학년이지만 학업보단 예체능에 눈을 뜨며 학업은 뒷전으로 하고 춤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유연성이 나쁘지 않았고, 센스는 좋았기 때문에 어떻게 춰야지 춤이 더 멋있을지는 배우지 않아도 기깔나게 잘 아는 아이였던지라 춤을 배우자 곧장 모든 아이들에게 춤을 잘 춘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중학교 2학년이 시작된 지 2달이 지났던가. 행사가 한창 많은 5월부터 나의 중학교 인생은 새롭게 시작되었다.


학교 축제, 수련회, 체육대회 등 무대가 있는 곳은 어디든 내가 껴있었고, 내가 춤을 춘다고 하면 다들 박수와 환호로 맞이해 주며 눈빛을 주고받았다.


일 년 전만 해도 전교 찐따였지만 일 년 후 내 인생은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춤 하면 나를 빼놓을 수 없었고, 노래가 나오면 몸이 먼저 반응을 해버렸다. 친구들에게도 춤을 알려주고, 연예인 오디션을 본다고 하는 친구에게 안무를 창작해 주는 등 춤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본 것 같았다.




춤은 내 인생의 일부분이었다.


엄마 아빠 사이에 균열이 생길 때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한 개다리 춤.

친척들이 모인 곳에서 재롱을 부리면 용돈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봉투봉투 열렸네를 외치며 췄던 손바닥 춤.

유행하는 아이돌 춤을 모르면 친구들 사이에 낄 수 없기 때문에 최신 댄스는 다 알아야 했기 때문에 열심히 춤을 추었다.


그런 나의 재능을 알아본 엄마는 방송댄스 학원을 보내주기도 하셨지만, 사회복지를 전공하셨던 엄마는 나의 심리적 치유를 위해서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랐던 표현예술치료센터에 보내주셨다.


그때부터였다.


선생님과 손을 잡고 눈을 마주치며 호흡하고 현재 들리는 노래에 따라서 걷고 표현하고 주저앉기도 하고, 손을 맞잡고 껴안으며 모든 동작을 춤처럼 만들었다. 춤이라고 표현하기에 모호하지만 움직이는 모든 동작들이 모여서 선이 되었고, 선이 모여서 나의 마음속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었다.


듣기 싫은 말, 듣고 싶은 말


그래서 내 춤에는 늘 스토리가 있다.


어떤 춤은 단순하고, 어떤 춤은 어렵기도 하다.

하지만 그 춤을 추지 말라고 말릴 때는 싫다.

내가 원하는 박자대로 춰도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것들을 표현하고 싶어. 나 좀 봐달라고 이야기하고 싶어.

나 꽤 괜찮은 애라고 인정받고 싶어. 겉모습만이 아닌 내면을 들여다봐달라고 말하고 싶어.


이렇게 할 말이 많은 나인데, 입 밖으로 낼 수 없었기 때문에 온몸으로 표현했다.

그렇게 울분을 쏟아내고 나면 몸에 힘이 다 빠져나간다.

내 이야기를 다 끝마치자 속이 후련한 것처럼 남은 말이 없어진 듯한 느낌이다.


내 춤은 나의 이야기다. 그러니깐 내 말을 막지 말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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