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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똠또미 Jun 12. 2024

나도 모르겠어

나 이면서도 내가 아닌 그런 날

내 정신에 살아가는지 모르겠는 날





춤을 추다 보니 점차 유명해지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나는 왕따라는 타이틀을 벗고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번지는 재주꾼으로 변해있었다.


누군가를 기분 좋게 해 줄 정도로 미소가 번지는 사람이라면 성공한 인생 아닌가 싶지만 겉보기와는 다르게 속은 비어 있을 때가 있다.


내실이 없어서 비어버린 껍데기 속은 아무리 채워도 빠진 독에 붓기 하는 마냥 채워지기에 어려웠다.


21년 제주, 예술가의 방


내 이야기를 하고자 췄던 춤은 인기를 얻고자 하는 구애의 행동과 다르지 않았고, 진실이라는 춤에는 점차 겉멋이 생기자 거짓이 되며 남을 따라 하기에 급급했다.


좀 더 멋진 동작으로 춤을 꾸미다 보니 화려하기만 할 뿐 조잡하고 난잡스러운 춤에는 이야기가 담겨있지 않았다.


춤으로 친구를 사귀고 사람들을 알아가기는 하지만 진실되지 못한 상태이다 보니 화려하게 보이는 것과 다르게 순박하고 약간은 찌질한 나를 아는 사람은 실망하기에 충분했다. 나에 대하여 실망을 하고 사람들을 잡지 못했으며, 점차 힘이 세다 하는 무리들과 친하게 지내려고 하다 보니 나도 결국은 나를 왕따 시키고 욕했던 친구들과는 별반 다르지 않은 똑같은 사람이 되어버렸다.


평범하지만 비범하고자 발버둥 치던 난 애매한 울타리 안에서 딴따라가 되었고 그렇게 애매한 재능을 가지고 전문대학교 연기과에 진학하게 되었다.




남들은 나의 재치와 입담 실력을 보면 서울권 4년제에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지만 그렇지 못한 결과를 내자 더욱이 별 볼일 없는 애가 되었고, 애매했던 관계는 대학교를 기점으로 모두 정리가 되었다.


내가 가진 것이 10이라면 8이 빠져나간 것 같았다. 남은 2는 내 육신과 나의 가족, 그리고 가장 친한 중학교 때 친구 1명이 전부였던 것 같다. 그런 가난한 상태로 대학에 오자 날고 기는 아이들이 많았으며, 다양한 매력을 보유한 사람들과 동기가 되자 나는 가지고 있는 2를 20으로 부풀리기 위한 노력을 했다.


하지만 별 볼일 없는 애가 노력을 하면 금방 들통나기 마련이었고, 촌스러운 물을 아직 다 벗지 못한 나는 거짓된 화려함으로 20대의 패기를 가지고 살기엔 벅찼던 것 같다.


오묘한 기분이 에너지를 높이고자 힘을 내려고 기운을 차리려고 춤을 춰도 이제는 내 춤이 아닌 몸짓에 말하고자 했던 처음 말들도 모두 잊은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그럴까? 그냥 공허한 마음에 집에 오가는 길에 그냥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자려고 누우면 아무 이유 없이 슬프기 시작했고, 조용하고 공허한 상태를 느끼면 울컥하다 보니 거울에 비치는 자신이 초라해 보이기 시작했다.


축 늘어진 입꼬리, 매일 울다가 부어버린 눈두덩이, 허전함을 달래고자 동기들과 마셨던 술은 살로 변해갔으며 점점 더 볼품없어진 모습에 자신감을 잃어버렸다. 낮아진 자신감에 비례하듯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열등감에 시달리기 시작하였고, 그럴수록 안에 심술쟁이는 꼬장처럼 남들에게 괜히 시비를 걸며 좋은 모습들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해결되었다고 생각했던 열등감 덩어리는 20살이 되어서도 성숙하지 못한 상태로 내 안에 계속 머물러 버렸다.




미성숙한 나는 인정을 받고 싶었다.


그냥 나 자신 그대로를 사랑해 줄 수 있으면 됐지만 그 인정을 나 자신이 아닌 남에게 받고자 했던 것 같다.


사랑하는 방법을 잘 몰라서 안정적인 연애 한번 제대로 못했던 나는 늘 연애에서 을이었고, 사랑한다는 표현은 말보다는 몸으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장 아름다워야 할 20살에 시작한 잘못된 연애는 21살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와 알몸으로 껴안고 잠든 모습을 보고 난 후에야 끝이 났다.


지나버린 것


화가 나지만 나보다 잘난 그 여자애를 보고 화도 나지 않았다.


조용히 문을 닫고 나와서 본가로 향했다.


화를 내야 할 때 화 한번 제대로 내지 못한 그때를 생각하면 내가 너무 병신 같아서 화가 난다.


화내지 않은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그 상황에서는 그냥 그 상황이 납득이 가버렸다.


너무 화가 나지만 화를 내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때. 내 정신이 아닌 그냥 미친 것 같은 그런 날.


그냥 그래야 할 것 같다는 그런 생각에 그래버렸다. 나도 나를 모르겠는 그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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