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하는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오랜 시간 언론사의 교열자로 살아온 저자가
우리말에 대한 남다른 견해를 밝힌 책이다.
감명하며 읽었다.
전쟁 직후 태어나 일제 잔재와 서양 사대주의 속에서 살아오며
인생 속에서 우리말이 겪은 고난을 풀어내는 글이 아주 재미있으면서 유익하다.
고등학교 시절, 영어사전은 안 가져다녀도 국어사전은 꼭 챙기던
한글학회 회원이었다.
내 말글이 망가지기 시작한 것은 대학 들어와서부터
생경한 외래어, 번역투에 익숙해지면서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말글이 아주 형편없어졌다.
번역서를 읽으며 영어투의 수동태, 일어투의 표현이 익숙해졌고
논문을 쓰면서 쓸데없이 어렵게 쓰고 꼬는 어법이 자연스러워졌다.
이 책을 보면서 이제라도 정신 차리고 모국어를 잘 써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이를테면 이런 내용을 보자.
'입장'이라는 일본 한자어가 얼마나 남용되고 있는지,
그것을 어떻게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바꿀 수 있는지.
어떤 기자가 모조리 입장이라고 쓴 것을 저자가 다른 낱말로 교열했다.
"열린우리당은 올해 안에 당론으로 확정한다는 (입장)계획이었으나 신중론이 제기되었다. 지도부가 (입장)방침을 확정하기 전까지 기획단은 활동을 중단한 상태였다. 세 법안 모두 경찰의 (입장)주장을 반영한 법안이다. ‘연내 처리’ (입장)방침을 정한 우리당 지도부는 11월29일 ~중략~ 보고받았다. 문재인 수석은 ‘청와대 안대로 가자’는 (입장을)견해를 밝혔다. 조의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어려운 형편이라고 밝히면서 ~중략~ 천정배 장관에게 요청했다. 청와대를 믿고 있던 검찰도 이때부터 다급한 (입장)처지에 몰렸다. 법무부 쪽에서는 막판에 청와대 안대로 가자는 (입장을 밝혔으나)의견을 내놓았으나 당이 거부했다."
글을 생각없이 쓰니 쓰는 단어는 줄어들고 모국어의 다채로움도 죽어간다.
저자는 또 이렇게 말한다.
"적확하고 섬세하게 오랜 세월 쓰여온 우리말이 ‘어휘력 부족’에 따른 ‘두루뭉실 표현’과 ‘설명체 문장’ 앞에 속수무책으로 사라져 간다."
'적확'과 '명징'이라는 말을 썼다가 어렵다고 질타 받은 한 평론가도 떠오른다.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의', '~ 것이다'라는 표현을 한 번도 쓰지 않았다.
널리 알려진 일어 표현이다.
그렇게 해도 읽기에 아무런 불편이 없고 외려 자연스러웠다.
물론 언어 변화는 막을 수 없고 시대를 반영하게 마련이다.
그래도 저자처럼 깐깐하게 모국어가 지닌 약속을 지키려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모국어 속 장점과 아름다움이 그렇게 지켜지면 좋겠다.
공감하는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