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연, 나무옆의자, 2021.
참으로 오랜만에 소설책을 들어 읽었다.
1인칭 시점으로 끊임없이 내면의 고통을 읊조리는 소설들에 질린지 한참이다.
사람의 땀 냄새가 나는 이야기를 찾아 영화로, 드라마로 떠나곤 했다.
페친을 수락해주신 한 목사님께서 설교의 모티프로 삼으신다기에 얼른 읽어보았다.
재미있고 감동이 깊어 손에서 떼어놓을 수 없었다.
편의점을 배경으로, 상처를 주고받은 사람들의 용서와 화해를 성찰하는 이 소설은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 가능한 그리스도 정신에 대한 설화라 해도 무방하겠다.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사람들이 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권사 사장님을 향해
옛것을 버리고 새사람으로 거듭난 주인공 독고는 이렇게 말한다.
“사장님이야말로 자신이 믿는 신을 닮은 사람인가 보다.
어떻게 내 마음을 미리 알고 살펴주는 걸까? 이 세계에서 신성을 얻는 자는 …
사장님 같이 남에 대한 헤아림이 있는 사람이 그러한 자일 것이다.”
그런 권사 사장님에게도 어쩔 수 없는 망나니 아들이 있는 것이 복잡한 인생사를 잘 보여주기도 하고.
읽는 내내 그리스도인의 삶이란 무엇인가, 불편해야 할 신앙의 삶에 대해 성찰하게 되었다.
많이 부끄럽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