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호길 외, 메디치
중국공산당의 고위간부를 교육하는 중앙당교의 교수로 재직했던 조호길이 중심이 되어 서술한 중국공산당에 대한 이론서.
중국공산당이 존재론부터 어떻게 공산당이 선발되고 유지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에 이르기까지 상세히 서술되어 있다.
이 책 하나면 거의 중국 공산당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서구 정치 이론에도 해박한 저자라 이론적으로도 잘 정리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중국공산당을 옹호하고 엘리트정당으로 기능하는 방식을 긍정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민중지향적이고 민주주의에 대한 남다른 기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좀 낯설 수도 있다.
이를테면 "대중은 태생적으로 조직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으며, 새로운 지도자가 등장하여 기존의 지도자를 대체하기 전까지 흩어진 모래알과 같다. 따라서 엘리트집단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일당제 정당의 핵심이다."(26쪽) 같이 서술될 때 그렇다.
철저히 엘리트 정치체제를 추구하기 때문에 지금의 중국공산당은 거의 황제제도가 소수 엘리트 공산당원으로 확대된 모습처럼 느껴진다.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묻고 조호길이 대답한 다음의 대목을 보자.
"이: 중국의 최고지도자들은 거의 매달 집체학습을 한다. 최고지도자들이 매달 한 주제에 대해 심도 깊은 공부를 하는 건 다른 나라에 없는 우수한 제도인 것 같다. 옛 황제들의 경연과 유사한 느낌도 있다. 집체학습제도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으며, 왜 하는 것인가?
조: 집체학습은 최신 정보를 전달하는 동시에 학습에 참여하는 지도자들을 정책적.이념적으로 통합하는 두 가지 역할을 한다. 집체학습제도는 2002년 후진타오 주석 때 시작되었지만 길게 보면 중국의 역사적 전통과 연결된다.
중국의 전통에서 황제는 철저한 훈련을 받아 탄생된다. 황태자가 되는 순간 공부가 시작된다. 그래서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잡은 경우를 제외하면 중국의 황제들은 공통적으로 문학가이자 철학자였다. 그리고 이러한 전통이 중국공산당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360-361쪽)
공산당 이데올로기에 유교를 적극 재도입하는 점도 눈에 띈다. 2014년 2월 24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집권한 후 13번째 열린 정치국집단학습모임의 주제는 '전통 유교문화의 계승과 핵심 가치관 구축'이었다. 그래서 조호길은 공산당 핵심 가치의 미래를 이렇게 보고 있다.
"핵심 가치의 구축에는 전통의 계승이 수반되며, 이는 단순히 전통을 답습하는 것이 아닌 선별적인 계승을 의미한다. 중국의 전통문화인 유교의 공동체주의와 사회주의 가치관의 공동체주의는 중국의 정치가치를 재구축하는 토대가 된다. 서구에서 유래한 자유, 평등, 엘리트주의 또한 새로운 정치적 가치를 형성하는 중요한 구성요소가 될 수 있다."
아마 지금껏 그래왔듯 중국공산당은 체제를 잘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중국은 <당-국가체제>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부패문제를 잘 해결하고 자유주의의 물결을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난제가 남아있긴 하지만 결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