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와 미국의 그림자

WBC를 보며 정리해 본 야구의 역사

by 형산

야구는 미국에서 시작된 스포츠이다. 영국의 크리켓 같이 배트와 공을 사용하는 게임에서 유래했고, 19세기 초 미국 이민자들이 미국에 들여와, 도시화가 진행되던 뉴욕을 중심으로 규칙이 체계화되었다. 1845년 알렉산더 카트라이트가 '니커보커 규칙(Knickerbocker Rules)'을 제정하면서 오늘날 우리가 아는 야구의 틀(다이아몬드 형태의 베이스, 9명 경기 등)이 잡혔다. 이후 남북전쟁 때 병영문화로 확산되어, 전쟁이 끝나고 고향에 돌아간 병사들이 자기 고향에 이 스포츠를 퍼뜨렸다. 19세기 후반 급격하게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가장 중요한 여가문화로 자리 잡기 시작했고, 이민자가 급증하던 시절, 야구는 인종과 출신이 다른 사람들이 '미국인'이라는 공통분모 아래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 사회적 접착제 역할을 했다. 20세기 초, 미국은 야구를 영국의 크리켓과 차별화하며 국가적 상징으로 격상시켰다.


그래서 야구가 세계에 보급된 지도를 펼쳐보면 실제로 미국의 정치·경제·군사적 영향력의 궤적과 놀라울 정도로 일치한다. 도미니카 공화국, 쿠바, 베네수엘라, 파나마 등 중남미 국가들이 야구 강국인 이유는 19세기 말~20세기 초 미국의 경제적 침투, 군사적 침투와 관련이 깊다. 또 한국, 일본, 대만은 야구가 가장 뿌리 깊게 박힌 지역이다. 여기에는 미국의 '소프트 파워'가 강하게 작용했다. 스스로 제국주의를 행사하던 유럽에 야구 전파가 약한 것과 확연히 대조된다. 우리나라에는 미국인 선교사 필립질레트가 황성YMCA를 통해 야구가 시작되어, 일제 강점기 민족의 권장 체육으로 성장하고, 60-70년대 고교야구의 전성기를 거쳐 1982년 프로야구 출범과 더불어 크게 성장하였다. 오늘날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미국, 일본, 도미니카, 한국이 격돌하는 모습은 지난 150년간 이어진 미국의 세계 전략이 남긴 거대한 문화적 유산이라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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