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시 안경을 쓴 채 노안을 이기기는 힘겨웠다.
글을 읽을 때마다 안경을 벗기 귀찮아
오십줄에 들어 기어이 누진 다초점 렌즈 안경을 맞추었다.
시선에 따라 초점이 달라지니 편리하긴 했으나
렌즈에 적응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다양한 초점의 세상을 보는 일은 한동안 어지럽고 피곤했다.
그러고보니 다양한 초점으로 한 세상을 본다는 일은 꼭 필요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가까운 사람을 더욱 사랑하면서 먼 사람을 다독인다는 것이
생각이 먼 사람을 품으면서 뜻이 가까운 사람과 행진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겠는가.
오십줄에 들어서나마 다초점에 익숙해져야한다는 걸 알았다는 게 다행이랄까.
내 눈을 바꾸지 않고 세상의 원근을 보게 해주는 다초점 렌즈처럼
내 한 몸으로 다양한 세상과 사람을 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