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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산 Feb 24. 2020

미디어비평, 신천지 모바일 사이트 편

광고는 어떻게 거짓 기사가 되는가

신천지라는 유사 종교집단의 모바일 사이트에 들어가면
자신들이 정당하고 성장하는 합법적인 종교 단체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언론을 교묘히 활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신천지 모바일 사이트 > 뉴스룸 > 언론보도로 들어가 보면

‘신천지 관련 기사 보도’라며 중앙지들의 지면들이 등장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신문사들의 지면이 다 등장하는데

여기서는 가장 눈에 띄는 중앙일보의 사례만 살펴보고자 한다.


신천지 뉴스룸 사이트



신천지 측에서 기사라고 밝히고 있고 마치 기사처럼 보이지만

이 지면들은 신천지가 거금을 들여 산 광고에 불과하다.

(이 돈은 어디서 나왔을까? 신도들의 고혈 아닐까?)

실제 중앙일보에 들어가 그 날짜의 지면을 살펴보면

‘부동산 및 광고특집’이라고 적혀있다.


제목 밑에 광고라는 표시가 있다


문제는 ‘광고특집’이라는 글씨가 눈에 잘 띄지 않고

광고의 디자인이 마치 기사처럼 정교히 만들어져 있다는 데 있다.

인포그래픽도 상당히 세련되다.


잘 디자인 된 광고 인포그래픽


그래서 결국 광고인지 기사인지 구별이 가지 않게 만들었다.

이 광고가 그럴듯해 보이는 이유는 중앙일보 전문가가 디자인해주었기 때문이다.

광고지면의 맨 끝에 ‘중앙일보디자인=김재ㅇ 기자’라고 밝히고 있다.

신천지 측에서 내용을 받아 중앙일보에서 기사처럼 디자인해준 것이다.

그래서 실제 기사처럼 느껴지고, 중앙일보 기자의 이름까지 등장하니

얼핏 봐서는 중앙일보가 직접 작성한 것처럼 보인다.

중앙일보 기자가 디자인 함



게다가 중앙일보 모바일 사이트에서 ‘신천지’를 검색하면

다른 기사들과 함께 이 광고가 나란히 검색된다.


중앙일보 모바일 사이트 검색 결과


이 검색 화면에서 기사와 광고를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꼼꼼히 살펴보지 않으면 중앙일보가 신천지의 성과를 대서특필한 것처럼 보인다.


광고가 기사로 둔갑하는 마지막 단계는 광고 밑에 달리는 댓글을 통해서 완성된다.

이들 기사형 광고는 인터넷에 제공되면서 댓글을 달 수 있게 되어 있다.

여기에 누가 봐도 조직적으로 달아놓은 듯한 신천지 측의 댓글이 덧붙여진다.

자기 광고 밑에 자기들이 댓글 달고 여론을 환기시키는 셈이다.


신천지 광고 아래의 댓글들


이런 과정을 거쳐 신천지의 광고는 네티즌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는 중앙 일간지의 기사로 탈바꿈하게 된다.

실로 놀라운 조작의 과정 아닌가.

이런 식으로 혹세무민 하는 일이 21세기에도 가능하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이것은 1차적으로는 사기 행위를 통해 포교하는 신천지 측의 비도덕성이 문제이지만

이런 활용이 가능하도록 허용한 언론도 그에 못지않게 책임이 있다.

언론이 광고의 역효과를 외면한 결과이다.

어떤 조직, 단체이건 이런 식의 미디어 조작을 통해 자신의 뜻을 펼쳐서는 안 된다.

또 광고비 준다고 언론이 그런 조작의 토양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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