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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산 Apr 12. 2020

성금요일을 맞아

낮 열두 시가 되었을 때에, 어둠이 온 땅을 덮어서, 오후 세 시까지 계속되었다.
세 시에 예수께서 큰소리로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다니?" 하고 부르짖으셨다. 그것은 번역하면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 하는 뜻이다.
거기에 서 있는 사람들 가운데서 몇이, 이 말을 듣고서 말하기를 "보시오, 그가 엘리야를 부르고 있소" 하였다.
어떤 사람이 달려가서, 해면을 신 포도주에 푹 적셔서 갈대에 꿰어, 그에게 마시게 하며 말하기를 "어디 엘리야가 와서, 그를 내려 주나 두고 봅시다" 하였다.
예수께서는 큰소리를 지르시고서 숨지셨다.
(그 때에 성전 휘장이 위에서 아래까지 두 폭으로 찢어졌다.)
예수를 마주 보고 서 있는 백부장이, 예수께서 이와 같이 숨을 거두시는 것을 보고서 "참으로 이분은 하나님의 아들이셨다" 하고 말하였다.
여자들도 멀찍이서 지켜 보고 있었는데, 그들 가운데는 막달라 출신 마리아도 있고 작은 야고보와 요세의 어머니 마리아도 있고 살로메도 있었다.
이들은 예수께서 갈릴리에 계실 때에, 예수를 따라다니며 섬기던 여자들이었다. 그 밖에도 예수와 함께 예루살렘에 올라온 여자들이 많이 있었다.
- 마가복음 15:33~39  

성금요일을 맞아 예수께서 돌아가시던 순간의 기록을 다시 읽어봅니다.
사람의 몸으로,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죽음을 맞으며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 외치던 삼십대 초반 청년의 아픔이 먼저 다가옵니다.
"아빠,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모든 일을 하실 수 있으시니, 내게서 이 잔을 거두어 주십시오"(막 14:36) 기도하던 고뇌를 생각해봅니다.
오늘은 이 고통과 고뇌를 생각해보는 날이겠지요.
그리고 예수께서 숨을 거두시던 순간 곁에 있던 사람들이 누구인지 다시 봅니다.
베드로는 그이를 세 번이나 부인했고, 언제나 함께 할 것 같던 제자들은 어디 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그이의 곁에는 갈릴리, 예수께서 처음 하나님나라를 선포하던 그곳에서부터 함께 했던 여인들이 서 있었습니다.
예수를 권력의 메시아로 오해했던, 권력과 명예를 지향하던 남성들은 간 곳 없고
그를 삶의 구원자, 평화의 메시아로 이해한 여인들이 예수께서 한 없이 낮아지는 순간을 함께 감내했습니다.
오늘날도 교회를 지탱하는 힘은 여성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주를 향한 순수한 믿음으로 교회를 섬기는 여성들이 교회의 과거이자, 현재이자, 미래입니다.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마 9:22)
새삼, 여성 제직들과 함께 교회를 위해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됩니다.
코로나19가 교회를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조금만 잘못해도 엄청난 비난이 쏟아집니다.
그동안 많은 교회가 권력과 명예를 지향하는 곳으로 변질되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요.
많은 교회들이 어려움의 자리에 있지 않고 광이나는 윗자리를 차지하려고 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요.
부활절에 예배당에 모이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으면서
갈릴리에서부터 예수의 고통스런 십자가형의 자리에까지 묵묵히 함께 했던 여인들의 믿음을 성찰합니다.
십자가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부활의 영광으로 이어지는 주말, 주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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