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령의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를 이제야 읽었다.
아주 아름다운 것을 만날 때면 울컥하곤 한다.
운전하는 차 안에서 젊은 조상현 명창의 <범피중류>를 들을 때나,
영화 <정복자 펠레>에서 펠레가 새 삶을 시작하기 위해 바닷가로 뛰어가는 마지막 장면을 볼 때나,
카라바조의 그림 <엠마오의 저녁 식사> 속에서 부활한 예수를 만날 때 같이.
김서령의 문장을 만나면서 참 오랜만에 그런 감정을 만났다.
속삭이는 듯, 곰삭은 문장들이
안동의 전통을 몸으로 익힌 어머니의 음식 이야기와 만나니
그 아련함이랄까, 그윽함이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온전히 여성들의 삶을 바친, 손 많이 가는 음식들의 향연.
그것은 다시 올 수 없겠고, 다시 오지 않는 것이 옳을 수도 있겠다.
여성들도 저마다의 삶과 일이 있으니 아내와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음식에 온 힘을 기울이는 것이 불가능한 시대가 아닌가.
작가가 자주 인용하는 백석의 시처럼, 지역의 사투리와 음식이 담은 정서는 이제 기록 속에서나 만나게 될 것 같다.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향수가 한 문장을 만나니 속에서 울컥한 것이 오를 수밖에.
그것은 작가가 <삶이 '삶은 나물보다' 못할 리야>라는 장에서 이야기한 내용,
이미 돌아가신, 월북한 남편 때문에 신산한 삶을 살다 가신 고모가 남겨둔, 정성어린 삶은 나물을 뒤늦게 냉장고에서 꺼낼 때 만나게 되는, 그 느낌이 아닐까 싶다.
나물을 먹고 나면 다시는 손 안에 잡히지 않는 그 삶, 그것을 표현한 글들.
읽으면서 내 속의 모든 그리운 것들도 함께 만나는 아린 시간들이었다.
작가도 2018년 고인이 되었다.
그의 고모가 남긴 나물처럼, 우리에게 그의 문장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