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제공하고 있는 '겨우, 서른'을 보고
그야말로 중국 드라마의 일취월장한 수준에 놀랐다.
이야기, 연출, 음악 다 상당한 수준이었고
현대적이고 솔직한 현실 묘사가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여성 주인공 세 명의 진취적이고 독립적인 운명 개척이 매력이다.
그동안 중국 드라마에서 금기시하던 불륜, 이혼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것도 이외였다.
회를 거듭하여 볼수록 중국이 '세련된 계몽 드라마'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중국에서 가장 적나라한 욕망이 충돌하는 도시에서
세 여성 주인공은 학연, 지연으로 얽히지도 않았는데도 한결같은 신의를 나누고
조직의 부당함에 늘 용기있게 저항하고
잠시 방황하다가도 언제나 원칙에 입각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이웃의 아픔도 외면하지 않고 손해를 무릅쓰며 돕는다.
이들의 활약 속에 유치원 학부모의 갑질도 사라지고 기업의 부패도 해결되고 도농(都農)간의 갈등도 완화된다.
그런 치유의 길을 통해 세 주인공 또한 정정당당한 자기 길을 찾아간다.
그렇다고 이들이 과거의 모범 공산당원 같은 인물들은 아니다.
주인공 중 왕만니는 돈의 힘으로 방탕한 연애를 하는 남자도 거부하지만, 3선 도시의 모범 공무원(당서기로 보이는)의 구혼도 거절하고, 끝내 자기의 길을 개척한다.
정의를 지키지만 성공을 멀리하지 않는 주인공들이야말로
개혁개방 40주년을 넘어서며 자본주의의 파도 속에서 몸살하는 중국이 원하는 21세기형 인재 아니겠는가.
드라마 매 회 마지막 부분에 라임처럼 등장하는 노점상 가족도 '상하이의 희망'을 상징하는 것으로 읽힌다.
아내는 총요우빙을 팔고 남편은 택배를 하며 아이를 키우는, 가난하지만 행복한 가족은 끝내 작은 점포를 얻는다.
실제야 어떻든 중국이 이런 희망의 나라이길, 자기 나라가 이런 나라이길 누구나 꿈 꿀 것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보편적 인기를 얻는 것이 아닐까.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런 낭만적 결말이 싫지 않다.
우리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결말이 좋았던 것처럼.
그나저나 상하이 풍경이 매회 펼쳐지니 해마다 가던 그곳이 몹시 그립다.
시도 때도 없이 물만두와 우육면을 먹는 장면이 나와, 결국 못 참고 중국 물만두와 우육면을 택배로 시키고 말았다.
드라마 덕분에 다음 주엔 물만두를 삶고 우육면을 익혀 먹으며 잠시 여행 기분을 맛볼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