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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산 Dec 24. 2020

김대중 자서전


성탄절 이브에 김대중 자서전을 읽는다.
그는 대통령을 역임한 뛰어난 정치가였고 동시에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다.
그의 일생을 기독교의 사명의식을 가지고 상식에 기초한 정치 원칙을 지켜내기 위해 분투한 삶이라고 정의해본다.
해방 직후 정치를 시작한 그는, 1세계 수준의 상식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것만으로도 세 번의 죽을 고비를 넘어야 했다.
지금 들여다보면 그가 주장한 것들은 하나도 새로울 것이 없는 평범한 민주 정치의 원칙들이다.
71년 대선 후보로 박정희와 맞대결 한 후에는 괴 트럭에 치여 목숨이 위태로웠고 
(이 사고의 후유증이 훗날 옥살이의 고생과 겹쳐 그는 평생 다리를 절게 된다.)
망명 시절 일본에서 중앙정보부 요원들에 납치되어 바다에 수장될 뻔 했고
80년 군부에 의해 누명을 쓰고 사형을 언도받았다.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올 때마다 그는 신을 만났다.
납치된 배에 꽁꽁 묶여있을 때 예수의 옷자락을 잡았고 
사형수로 살던 감옥 안에서 예수의 부활을 묵상함으로 희망을 얻을 수 있었고
선한 자가 왜 고통받는지에 대한 신학적 탐구를 통해 
선하고 바른 사회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세웠다.
선한 신앙으로 합리적 원칙을 위해 타협하지 않는 사람들 덕에 우리의 민주주의가 이만큼 왔다.
그 사이에 그 뿐 아니라 그의 가족, 그를 돕는 모든 사람들이 고문, 투옥, 연금, 가짜뉴스 공격 등 처절한 고통 속에 살아야 했다.
그들이 받은 연단의 결과가 오늘의 대한민국이다.
태어나서 처음 맞는 비대면 성탄절, 신앙의 본질에 대해 그를 통해 다시 성찰해본다.
살만해졌으니 이제는 상식에 기초한 정치는 완성된 것일까?
웬걸, 아직도 상식적 선에 한발씩 나아가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실감한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공동선과 그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고통받고 있다.
그들을 위해 함께 기도하는 성탄이길 희망한다.
비대면의 고요한 예배현장이 그런 기도에 어울리는 듯도 하다.

추신. 그의 곁에 김재준, 문익환, 문동환 목사 외 많은 한신의 인물들이 함께 했다는 점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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