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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산 Aug 18. 2021

<람보3>와 탈레반

적의 적은 동지이고, 영원한 우방은 없다

2021년, 20여 년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군이 물러났다. 

결국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이 미국을 물리친 셈이다. 

미국과 탈레반의 관계는 이 전쟁 이전에는 적이 아니었다.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했을 때 미국은 탈레반과 손을 잡아 소련과 싸웠다. 

그런 역사를 보다 어린 시절 본 영화 <람보>가 떠올랐다. 


까까머리 시절 너무나 재미있게 본 <람보2>.

베트콩과 소련 공산주의자들을 홀몸으로 처단하는 그 액션이 그땐 왜 멋있었을까.

베트남 전쟁이 그렇게 단순한 반공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건 한참 후에 알게 되었다. 

그후 <람보3>가 나왔을 때도 별 생각없이 액션을 즐겼다.

그때 람보의 적은 아프가니스탄을 불법 침공한 소련군.

람보의 전우는 그들에 저항하는 무자헤딘 게릴라. 

람보와 무자헤딘 전사들의 우정이 어찌나 멋지게 표현되었던지

아랍의 정세에 무지한, 더벅머리는 그냥 엄지척을 날렸더랬다. 

그 무자헤딘 속에서 두각을 나타낸 세력이 바로 지금의 탈레반이다.

88년 영화 속 그처럼 깊은 관계이던 람보와 탈레반이 

소련군 철수 이후, 현재에 이르러 철천지 원수가 되고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다 람보의 후예들이 이렇게 그곳을 떠날 줄 그 누가 알았으랴. 

적의 적은 친구고, 영원한 우방은 없다는 사실을 이보다 더 절절히 증명하는 사례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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