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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원 Jan 03. 2019

강아지 이름, 어떻게 지을까?

강아지가 생기기 전부터, 3개월동안 이름을 고민했던 팔불출 언니

며칠 전, 포털 사이트에서 '강아지 이름 종류'에 대한 인상적인 글을 보았다.

기억을 옮겨보자면 대략 이런 내용이었는데,


1. 스타류 : 프레디, 마돈나, 오드리, 지디, 제니, 빅뱅 등

2. 감정류 : 해피, 사랑이, 행복이, 기쁨이, 행운이 등

3. 곡물류 : 보리, 콩이, 호두, 깨깨, (도)토리 등

4. 음식류 : 초코, 우유, 푸딩, 콜라, 크림이 등

5. 자연류 : 하늘이, 바다, 구름이, 행성이, 별이, 달이 등


그럼 우리 강아지는 '앙뚜'와 '네뚜'(합쳐서 앙뚜와네뚜)니까 위인류인가?

아니다. 마리 앙투와네트가 위인은 아니니까 역사류인가 -_-;


실제로 강아지 이름이 다소 평범하지 않다보니,

"왜 강아지 이름을 그렇게 지었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꽤 많아서 이번 기회에 썰을 풀어본다!


 강아지를 데려올 수 없으니, 일단 이름이라도 지어둬야겠다!


대부분의 반려인들은 보통 반려동물이 생기고 난 다음에 이름을 정하지만

나는 좀 특이하게도, 강아지를 데려오기 전에 이름을 3개월이나 고민했었는데

절대로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과 오지랖이 넘쳐서가 아니라

부모님이 집에서 강아지 키우는 것을 결사 반대했기 때문에,

강아지를 데려오기 위한 타이밍을 기다리느라 시간이 너무나 -_-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강아지를 데려올 수 없으니까 이름이라도 먼저 지어두자.. 고 생각했었는데,

이모네 강아지였던 초코푸들 '별이(자연류)'가 자기 이름을 인지한 이후부터

식구들이 "오늘 이 안 떴네." "요즘은 이 안 보여." 이렇게 대화 속에 '별'이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자기를 부르는 걸로 착각해서, 자다가도 일어나고 -_- 먹다가도 쳐다보는 모습들을 보면서

나중에 우리 집에서 개를 키우면 절대로 일상에서 듣도보도 못한(!) 이름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했고,


한 동물 조련 전문가(10년 전이라 누군지 기억 안 남..)가

"강아지 이름은 2음절 정도가 좋아요. 너무 길면 알아듣기 힘들거든요.

 그리고 이름을 배우는 시기에 헷갈리지 않도록, 너무 흔한 단어가 아니면 더 좋겠죠."

라고 말하는 정보도 주워듣게 되고,


당시 나는 수능 언어/외국어 영역을 가르치고 있었던지라, 일종의 직업병(!)이 생겨 있어서

심지어 강아지 이름을 짓는데도 무의식적으로 적용이 되었는데, 예를 들면 


단어에 울림소리(ㄴ, ㄹ, ㅁ, ㅇ) 가 들어가면 부드러운 느낌을 줌.

양성모음( 아, 오.. )이 음성모음 ( 어, 우.. )보다 밝고 명랑한 느낌을 줌.  eg.졸졸 > 줄줄


그 당시에는 컴퓨터 자동입력기처럼, 이런 것들이 머리에서 자동분석되는 시기였기 때문에


얼굴도 못 본 우리 강아지 이름은,


( 이름을 배우는 시기에 헷갈리지 않게 ) 흔하지 않고 -> 별이 덕분

( 길면 알아듣기도/부르기도 힘드니까 ) 2음절의 단어에 -> 동물전문가 덕분

( 부를 때 귀엽고 명랑한 느낌이 들도록 ) 울림소리와 양성모음 -_- 을 합쳐야겠다! -> 직업병 덕분;


그러던 중 아무 의미 없이 생각난 단어 조합(로또 번호 조합처럼..) 중 하나가 '앙뚜' 였는데,

위의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동시에 입에 착 감겨서 '우리 강아지는 앙뚜'라고 결정해버렸다!


그 이후, 애견숍을 지나치면 괜히 '여기 혹시 앙뚜가 있나' 하고 쳐다보기도 하고,

심지어 강아지를 보면 '너는 앙뚜스럽다/앙뚜스럽지 않다'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해대던 어느 날,


사람들이 흔히 인연을 만나면 후광이 비치고 그 사람만 보인다고 하던데, (BGM.데스티니~)

나는 그것을 인생에서 딱 한 번.

사람한테 느낀 것이 아니라 갓 태어난 강아지한테서 느꼈다..  -_-


충무로에 스쿠터를 정비하러 갔던 어느 날,

스쿠터 정비를 맡기고 딱히 할 일도 없어서 주변의 수많은 애견샵을 구경하면서

인형보다 귀여운 작은 꼬물이들을 보면서 강아지뽕(?)에 취해있던 중이었는데,


우연히 길을 걷다가,

그동안 내가 꿈에 그리던 이상형의 강아지(...-_-)를 만나고 말았던 것이었다.


그 당시에는 몰랐다.

애견샵에 잔뜩 있는 귀여운 꼬물이들이 '강아지 공장'에서 탄생했다는 것도,

충무로 애견샵에는 유난히 병에 걸린 아픈 강아지가 많다는 것도,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앙뚜 역시, 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던 강아지 중 하나였다는 사실도.

그 때는 정말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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