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16일의 일기
얼마 전 면접관으로 들어갔던 자리에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힘들었던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고2-고3 학생들)
한 친구의 짧은 대답.
“저는 그다지 없는데요”
대개 면접장에서는 어떻게든 답을 하려 노력하기 마련인지라, 이 짧은 답변이 오히려 더 기억에 남았다. 그래 뭐 그럴 수 있지. 아직 고등학생이고.
그 후 함께 면접 들어온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가 이어졌고(절친의 죽음, 부모님의 이혼 등등), 몇몇 아이들은 친구들의 답변을 듣다가 같이 울기도 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 무렵 다시 처음 그 친구가 답을 했다.
"저, 아까 없다고 말씀드린 건 제가 장남이자 외동아들이고 아버지는 제가 어렸을 때 돌아가셔서요. 어머니 혼자 돈을 버시고 힘드신데, 저에게 의지하시잖아요. 저도 아르바이트도 하고 그렇지만, 어쨌든 전 감정적으로 힘들어해서는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없다고 말했어요."
맞아 그렇지. 꿈이나 감성적인 생각보단, 당장 닥쳐온 문제들을 책임지는 것이 우선인 시기가 있기에 나는 이 학생의 처음 답변이 너무나 이해가 되었다. 이런 상황 속 아이에게 “넌 왜 꿈을, 감정을 따라가지 않니”라는 질문을 과연 누가 할 수 있을까?
사실 나도 지난 몇 년을 그렇게 보냈다. 감정이 있으면 이겨낼 수 없는 시기도 있는 법. 누가 뭐라고 하든, 자신만이 이겨낼 수 있는 방법으로 이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 두 번째 대답을 듣고선, 이 친구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이 있어서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