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아이(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 푸드, 인테리어계 전문가 게이들이 이것과 거리가 먼 삶을 사는 누군가를 진심을 다해 맞춤형으로 개선해주는 프로젝트)
어쩌면 퀴어들이야말로 내 인생을 누릴 권리를 가장 열심히 깊게 개척한 이들이 아닐까.
첫 에피를 보았다. 주인공은 일본에서 자신의 집 전체를 호스피스 센터로 운영하는 수더분하고 밝은 에너지의 54세 간호사.
화려함이나 멋에 대한 강요가 아니라, 현재 그녀의 삶을 면밀히 들어보고, 어떠한 과거가 이러한 현재를 만들었는지 파악한다. 그래서 좋다.
그리고 타인을 위해 에너지를 나눠주는 사람 역시 스스로 즐거워질 권리가 있음을, 나의 행복도 중요하단 점을 매일의 즐거운 작은 이벤트들을 통해 깨닫게 해준다. 보면서 늘 내 행복을 후순위로 밀어넣는 나도 많이 깨달았다. 물론 아직은 실천할 자신이 없다. 내가 양보하지 않음으로써 가까운 이가 마음아픈게 더 싫기 때문. 그냥 이런 성향은 타고 나는 게 아닐까싶을 정도로.
이 넷플릭스물이 인위적이지 않게 느껴지는 부분은 출연진들이 자신의 색깔을 그녀에게 강요하는 게 아니라, 그녀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들을 찾아주려는 노력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가족의 투병과정을 겪는 것은 물론 투병하는 본인이 가장 괴로운 것이지만, 가장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겪고 난 뒤의 트라우마가 생각보다 꽤 오래 남는다. 내 경우에도 일종의 죄책감에 자연스럽게 시달리게 되었는데 수년이 지난 지금도 꿈에 나올 정도다. 이 에피소드의 일본 주인공은 그러한 죄책감을, 다른 죽음을 앞둔 타인들을 돌보는 것으로 갈음하는 것처럼 보인다. 언니 대신 본인이 죽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그녀의 말에서 내 과거를 본다.
이때 문화담당이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가, 따뜻하게 바라보며 말한다. 당신의 인생도 가치있는 것이라고.그것을 누리라고. 그러기 위해서는 ‘나는 나 자신을 용서한다’ 고 말해보세요. 그녀에게 그런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나에게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