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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지 Aug 17. 2019

The Doors 의 짐 모리슨

이상한 시대의 저항문화에 불을 붙이고 스스로 연소한 이방인

2011년 1월 21일 vmSPACE 기고글


시대와 예술가 

이상한 시대의 저항문화에 불을 붙이고 스스로 연소한 이방인, The Doors의 짐 모리슨


노베르트 엘리아스는 ‘천재 예술가’로만 미화되어온 모차르트에 대한 사회학적 통찰을 제시하며, 서양 음악의 혁명을 이룬 천재성의 한 편으로 그의 창조력을 침해했던 사회적 조건과 제약들을 다룬다. 35년의 짧은 생을 산 모차르트. 그에 대해서 조금 더 알고 싶다면 후대의 우리는 단순히 그의 작품만을 분석하고 추앙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창조한 모차르트라는 ‘인간’과 그 ‘인간’이 놓여있던 사회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것.


모차르트가 놓여있던 사회에서 궁정 또는 귀족 소속의 음악가란 이 시대에 빗대어 말하자면 중하급 공무원급의 안정적인 생활을 의미했다. 그 자리를 때려치우고 하고 싶은 음악을 하기 위해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자유예술가의 길을 선택했던 모차르트. 자유로운 영혼의 예술가, 혹은 저항 음악가라고 할만한가? 아쉽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는 스폰서 없이 스스로의 음악을 팔아 먹고 살아야 했기에 수용자의 눈치를 봐야 했다. 그 당시의 수용자는 결국 또다시 귀족이다.  이처럼 계급 사회의 울타리 안에서 좌절해야 했던 그. (15년 뒤 태어난 베토벤시기에 이르면 수용자들이 예술가의 눈치를 보는 시대가 온다. 아 모차르트여……) 게다가 인간적으로 그는 유치한 행동을 일삼고 자신의 처우에 대한 끝없는 불만과 애정결핍에 시달렸던 잘생기지 않은 남자였다고 한다. 따라서 자신의 재능을 가지고 사랑 받고 싶어했기에 자신의 작품에 대해 예민하게 굴 수 밖에 없었을 것. 사랑 받고 싶다는 욕구가 채워지지 않는 고통을, 작품을 쓰면서 극복했던 것이 그의 개인적 삶이었다. 우리는 보통 인간 모차르트와 예술가 모차르트를 별개의 사람인 양 나누어 말하는 습관이 있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는 예술가 모차르트는 일종의 초인 혹은 천재로, 인간 모차르트에 대해서는 경멸감을 가지고 다루려는 경향이 있다. 천재의 이상적 이미지는 정신성을 지키기 위해 육체성에 대항하여 전투를 벌이는 군대의 동맹자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차르트의 삶 속 동물적 욕망을 삭제해버린다. 


반면 근래 또 다른 장르의 예술 세계에서는 이러한 욕망이 음악과 결합되어 하나의 ‘모델’ 이 되기도 한다. 특히 ‘저항’ 그 자체의 개념을 견인하며, 기존의 도덕성에 철저히 위배되는 퇴폐적 기행을 ‘겸임’ 하는 락스타의 경우가 그렇다. 최근 국내 상영된 다큐멘터리 ‘왠유어스트레인지’[1] 에서 보여지듯 도어즈의 보컬 짐 모리슨의 경우는 그러한 퇴폐성을 띤 존재로서의 락스타이지만 동시에 지적이기까지 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며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다. 보컬의 역량에 대해서는 스스로 자신 없어 하기도 했고, 음악적 역량만 놓고 봤을 때는 오히려 밴드의 다른 멤버가 주축이라 할 정도였지만 무대에서의 아우라를 형성하는 데에는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였던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아티스트의 모델로서의 짐 모리슨. 이러한 모델로서의 짐 모리슨은 어떤 시대, 어떤 사회에 놓여있었기에 이토록 큰 존재감과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걸까? 


도어즈[2]

짐 모리슨이 즐겨 읊곤 했던 영국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의 시구(‘인식의 문이 열리면 만물의 진실이 보인다. 무한의 진실이...’)에서 따온 ‘도어즈(The Doors)’라는 이름으로 1965년 활동을 시작한다. 이름만 들어도 구슬프게 찬란한 그들의 음악이 시대 위로 오버랩된다. 그들이 남긴 명곡들은 1960년대 시대의 긴장과 혼돈을 반영한 미국 사회의 표정이었다. 그의 카리스마적인 보컬과 시적 가사는 블루스 리프와 오르간의 연주와 결합하며 1960년대 세대 반항을 상징했다. 1960년대의 반문화 운동, 히피 문화는 1950년대의 비트 반문화와 포크 운동의 공동체적 진정성을 개인적 진정성으로 대체했다. 그래서 사이키델릭 록음악의 혁명은 개인의 ‘머릿속’ 에서 일어나는 것이었다. 이 장르를 통해 록음악은 다른 팝 음악과 분리되기 시작했고, 여기에 개인적 진정성이라는 자의식적 미학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1960년대 록음악의 전위들이 추구한 사이키델리아는 인간적이고 낭만적인 에로티시즘을 구현하고 있었다. 이러한 사이키델리아를 구축한 짐 모리슨의 가사는 시적 감수성으로 가득하며 밴드의 연주는 그러한 시적 운율을 뒷받침해줬다.


짐 모리슨(Jim Morrison: 1943.12.8~1971.7.3) 극적이었던 27년의 짧은 생 

“나는 혁명, 무질서, 혼란 그리고 이 시대에 무의미해 보이는 모든 것에 관심을 갖고 있다. 내게는 그것들이야말로 자유를 향하는 진정한 길로 보인다.”

해군 제독의 아들로 태어난 짐 모리슨은 군인이라는 아버지의 직업 탓에 한 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이사를 다녀야 했다. 이러한 외적 환경이 어린 그를 독서를 통한 내면세계의 침잠의 길로 인도했다. 그는 고교 시절부터 이미 니체를 비롯하여 각 시대의 사상가들과 그들의 철학에 푹 빠져 있었고, 우상이었던 랭보와 보들레르 등 프랑스의 상징주의 시인들로부터 잭 케루악, 알렌 긴스버그, 마이클 맥클루어 등 비트 세대를 대표하는 시인들에 이르기까지 독서 편력을 통해 점차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학창시절 이를 기반으로 쓴 에세이들은 놀라운 통찰력으로 교사들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죽음과 섹스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넘쳐나는 도어즈의 초현실적이고 아름다우며 때로는 섬뜩한 전율을 불러일으키는 노랫말들은 대부분 이렇게 탄생했던 것. 

술과 약물, 그리고 섹스에 탐닉하며 살아간 짐 모리슨의 생활은 수많은 기사거리를 제공했다. 그의 팬들은 최고의 반문화 우상인 짐 모리슨이 자신들의 억압된 욕구를 간접적으로나마 해소해주기를 바랬기에 도어즈의 공연을 보러와서는 짐의 기상천외한 행동을 기대했다. 때로는 도어즈의 음악보다도 짐 모리슨의 기행만을 기대하기도 했을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자각했을 때 짐 모리슨은 상처받았을 것이다. 제도에서 이탈하여 보다 넓고 보다 이상한 무언가를 찾아나선 그의 여행에는 약물과 알코올이 동반한다. 사람들은 점점 그의 내면적 여행, 음악 작품 그 자체보다는 그의 외적 이미지, 무대에서의 기행과 자신들의 욕망을 투사할 일탈만을 기대하고 소비하려고 했다.그 때 짐 모리슨이 처한 상황은 어쩌면 모차르트와는 반대되는 상황이 아니었을까? 


1968과 사이키델릭록 

우리가 68혁명 혹은 운동이라 부르는 사건이 있다. 이는 한 쪽에서는 폭력을 조장하고 무질서가 판을 친 사건이었던 반면, 다른 쪽에서는 낡고 억압적인 사회에 반기를 든 운동으로 지켜야 할 유산이었다.[3]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 물결이 프랑스 학생과 노동자에 의해 일어나고 유례없는 천만 노동자 파업으로 이어지며 서독에서도 바이마르 이후 최악의 시가전이 펼쳐진다. 미국에서는 머리에 꽃을 꽂은 히피들이 반전 시위의 한복판에 있고, 반전 시위가 록 콘서트와 어우러지고 거리 연극이 거리 시위와 뒤섞이며 전 세계적 사건이자 축제로서의 혁명인 68운동이 일어났던 것

1968년 4월, 점거된 컬럼비아대학 건물 창문에 걸린 슬로건 ‘우리는 세상을 원한다. 바로 지금 원한다’ 는 바로 도어즈의 곡 ‘when the music’s over’ 에서 따온 말이었다. 이처럼 68의 정신과 궤를 같이한 도어즈의 음악은 68의 주체들을 충족시키고 음악적,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역할을 해냈다. 개인적 욕망에 과잉 충실했던 그의 사적인 삶은, 68운동이 제기한 ‘욕구’의 문제를 대변하기도 했다. 68년 이전의 혁명에서는 대의를 위해 개인의 욕구를 희생해야 한다고 여겼지만, 68의 주체들은 개인적 욕구의 억압이 결국 체제의 억압과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마치 축제처럼, 그들은 파리 거리의 벽에 ‘오르가슴을 멈추지 마라’는 글을 써 내려갔다. 개인적 욕구의 발견, 그리고 그를 억압하는 권위에 대한 저항, 그 저항의 아이콘으로서의 짐 모리슨. 그는 음악가 그 이상의 시대적 역할을 해냈다. 그래서 68정신이 잘 드러나는 또 다른 슬로건 ‘나는 반역한다. 고로 우리는 존재한다’ 는 결국 도어즈의 퍼포먼스, 그리고 짐 모리슨의 삶과 맥락을 같이 한다. 



[The Doors Discography]

The Doors (1967) | Strange Days (1967) | Waiting for the Sun (1968) | The Soft Parade (1969) | Morrison Hotel (1970) | Absolutely Live (1970) | 13(Best Of) (1971) | L.A Woman (1971) | Other Voices (1972) | Weird Scenes Inside the Gold Mine(best of) (1972) | Full Circle (1972) | The Best of the Doors (1973) | An American Prayer(짐 모리슨 자작시 낭송음반) (1978) | Alive, She Cried (1983) | Best of The Doors (1985) | Live in Europe (1990) | In concert (1991) | The Doors Soundtrack (1991)




[1]

<왠 유어 스트레인지>는 60년대 말 미국 문화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쳤던 전설적인 록 밴드 ‘도어즈’와 리드보컬 짐 모리슨의 일대기를 담아낸 다큐멘터리. 짐 모리슨(보컬), 레이 만잘렉(키보드), 로비 크리거(기타), 존 덴스모어(드럼)가 만나 1965년 결성한 이후 짐 모리슨이 사망한 1971년까지 로큰롤 역사에 길이 남을 6장의 명반을 남긴 ‘도어즈’의  이야기와 사적인 순간들을 담았다. 


[2]

1967년부터 1971년까지 54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로큰롤 역사에 한 획을 그은 6장의 명반을 발표,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8천만 장 이상의 앨범을 팔았으며 지금까지도 매년 백만 장 이상의 앨범이 팔리고 있는 전설적인 록 밴드


[3]

 [68혁명, 세계를 뒤흔든 상상력] 잉그리트 길혀홀타이 지음, 정대성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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