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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지 Jun 07. 2020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혁신'의 가치란?


사람을 갈아넣는 BM이 과연 혁신인가? 


꽤 오래된 이야기다. 새벽배송 처음 나왔을때부터 부정적인 입장이었고, 당시에 극도로 바쁜 직장인이었던 나는 동료들이 써보라고 강추했으나 한번도 안써봄. (많은 새벽배송 포함한 식재료 배송서비스사들은 포장재를 최근에 그나마 친환경으로 개선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포장 문제는 크다. 나는 최근까지 밸류체인 전반에서의 환경 문제 개선 업무를 수행했기 때문에 이들의 가장 최근 개선 내용까지도 알고 있다.) 


일단 가장 큰 이유는 사람을 갈아넣는 BM이라서. 새벽 배송은 그 시간에 누군가 못 자고 일한단 것. 노동자가 스스로 선택했다고? 사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조금만 일해보면 깨닫는 것이 사용자의 편리함에는 엄청난 코스트가 붙는다는 점. 일반적인 근로시간을 벗어나는 형태로 일하면 수당이 엄청나게 붙는다. 배송도 마찬가지로 야간이나 주말 특송은 가격이 두 배. (프랑스 기준) 결국 배송이건 설치건 직접 하게 되는 일이 많다보니 우린 농담조로 그랬다. “여긴 고용주나 사업가는 우울하고 노동자는 참 즐겁겠네. 고객은 웁니다...” 물론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불편함으로 돌아가자는 건 아니다.  


근데 혁신을 아무데나 갖다붙이는데, 누군가의 편리를 위해, 누군가가 엄청나게 불편하다면 그것은 혁신이 아니다. 새벽 배송이 왜 혁신인가. 그런 곳에 투자가 몰리고 고객이 몰리면 혁신이라고들 여기지만, 이 구조 그대로 미국 유럽 시장에서 운영가능한 확장성이 있겠나(지금처럼 운영해도 물류와 포장비 때문에 수익구조가 좋지 않은 걸로 안다) 지금 같은 근로조건을 제시한다면 아마 노란조끼 시위대가 거리의 기물을 파손하고 불을 지를 것이다. 


+ 새벽 배송, 당일 배송 다 쓰지 않고 있다. 좀 천천히 받으면 죽나? 빨리 보내느라 죽는 생명의 가치와 물건이 늦어지면 불편한 가치는 애당초 비교 가능한 것이 아니다. 특히 서울을 포함해서 수도권 및 대부분의 한국 중소도시는 저렇게 배송 받지 않더라도 인근에 가게들도 많은 편인데. 엄청나게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굳이 그 서비스를 쓰고 싶지가 않다. 아니 쓰지 말자. 일반 택배도 길어야 2,3일 정도 걸려서 받는 한국은 이미 충분히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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