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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지 Aug 11. 2019

Success, 그녀의 딸과 성공

나는 한국에 거주하는 난민입니다. 

작년에 일터를 옮긴 뒤로 늘 꿈꿔왔던 난민 분들과 일할 기회를 실현해볼 수 있었다. 이를 위해 많은 난민 분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부터 시작했다. 


P는 아프리카 출신의 난민 여성이다(출신국을 밝히지 않습니다.) 그녀는 딸과 함께 한국에서 살고 있다. 그녀를 똑 닮은 딸의 이름은 석세스이다. 딸의 이름을 이렇게 지은 그녀를 보며, 투쟁에 가까웠고 앞으로도 그러할 그녀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기도. 그녀는 손으로 하는 작업들을 좋아하고 잘한다. 



2019년 3월 14일.  봄이었다.                                                                         

"와!!! success!!! " 우린 그녀의 작품에 박수를 보냈다. 우리가 준비해드린 재료로 작은 카드 지갑을 만든 것. 

그래 이 결과물은 작지만, 그녀는 success를 success 했다고. 앞으로 어디에서 살아갈지 알 수 없게 된 상황 속에서도 그녀는 한 땀 한 땀 웃으며 바느질을 했다. 


그녀에게 success란 무엇일까? 언젠가 물어봐도 좋을까? 

그녀는 또 어디로 이주해야 하는 걸까. 성공이라는 것. 나에겐 무엇일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성공은 근데 꼭 어떤 결과를 놓고 말해야 하는 걸까나? 나는 과정에서의 성공을 더 면밀히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 현재 하는 행위가 쌓이면 타임라인 위에서 나를 구성하는 게 될 테니. 


어제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나는 왜 안 되는 일을 굳이 이렇게 되게 만들려고 하지?'라고 생각했던 한 주이기도 하고. 오늘도 후배와 이야기를 하다가 다시금 정리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마음이 나의 지난 행동들을 이끌어온 동력이 아닐까. 안되고 있는 일을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관점을 바꿔서 도전해보는 것. 그것이 나에게는 참 자연스러운 대처 방식인 셈. 난민분들과의 프로젝트도 그러하다. 늘 그렇게 시도를 이어왔고 잘 될 때도, 망할 때도 있었으나 그 됨도 됨대로, 안됨도 그 시도를 통한 학습으로 다 의미가 있었노라 생각해보노라. 개별 케이스의 망함에 천착하다보면 일을 더 이상 해나갈 수 없는 늪에 빠지게 된다. 


특히 지금 내가 손대고 있는 이 일들은 '자 상황이 이러하니 그럼 이렇게라도 바꿔서 또 해보자' 이 마인드가 없다면 아예 할 수 없게 되어버리는 일들이다. 이 일들은 바라보기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수월하게 하는 '착한 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지난한 오해와 설득과 이해를 위한 고난이 반복되는 업무이고. 그래도 지치지 않았던 건 결과적으로는 각기 다른 관점을 가지고 강력하게 대치해오던 사람들이 이제야 어떤 공통의 영역을 향해 조금씩 움직였다는 점 때문. 이러한 균열과 흔들림이 무너짐 대신 어떤 새로운 공용공간을 만들게 한다면? 그것이 낼 임팩트는 어떤 것일까 미지의 영역이지만 사실은 무엇인가 보이는 저 편을 향해 그 밑단을 돌 한 장씩 깔며 가는 게 아닐까 우린? 일단은 구체적으로 현실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돌 한 장이라도 들어보려고. 그렇다 해서 돌 한 장에 만족하지는 말아야겠고. 


오늘 미혼모 기관 담당 복지사분들과도 느리지만 차곡차곡해나가는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서 좋았다. 작년부터 틈틈이 만나서 서로를 이해하다 보니 이제 4월에 새로이 시작할 파일럿이 나왔거든. 그분들은 느림에 미안해하셨지만 사실 나는 이렇게 자발적으로 뭔가가 만들어지고 움직여질 때 그 즐거움이라는 게, 물론 현실의 한계 안에서 움직이는 거지만 이게 오늘 난 참 좋았어. 그럼 내일도 수고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success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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